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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내 노래는 일기이자 메시지… 이젠 그저 좋은 작품 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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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내 노래는 일기이자 메시지… 이젠 그저 좋은 작품 쓰고 싶어"

입력
2022.04.28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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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음악 인생 다룬 다큐 '아치의 노래, 정태춘' 내달 18일 개봉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중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중 한 장면. NEW 제공

“저희와 같이 20대를 보낸 세대는 ‘촛불’이나 ‘시인의 마을’ 같은 곡만으로 가수 정태춘을 기억할 테고, 정태춘씨가 사회적인 노래들을 만들 때 만났던 세대라면 그때 노래만을 기억할 겁니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정태춘의 노래를 들려드리지 못해 늘 아쉬웠는데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태춘의 아내이자 동료 가수인 박은옥은 26일 열린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5월 18일 개봉) 언론 시사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정태춘 데뷔(1978년) 40주년 기념 사업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이 영화는 음유시인에서 시대의 고통과 부조리를 노래한 저항 가수로 대중과 함께해온 정태춘의 음악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 흥행작 ‘워낭소리’ 프로듀서 출신 고영재 감독이 연출했다. '아치의 노래'는 2002년 앨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에 수록된 곡 제목이다.

2019년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준비 과정을 비추며 시작하는 영화는 콘서트 현장을 중심으로 데뷔부터 최근까지 정태춘의 음악 인생을 되짚는다. 경기 평택의 농촌에서 태어나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던 이야기, 음대 진학에 실패한 뒤의 방황, ‘시인의 마을’ ‘촛불’이 담긴 데뷔 앨범의 성공과 이후의 음악 생활 등이 소개된다. 데뷔 초 TV 프로그램에서 노래하는 장면이나 부부가 함께 토크쇼에 출연한 모습 등 귀한 영상 자료도 담겼다.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는 정태춘의 요청 때문이었는지 영화는 음악 작업을 멈춘 뒤의 삶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영화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저항 가수로서 활동했던 시기다. 1987년 청계피복노조의 일일찻집에 초대된 것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삶을 마주한 그는 전교조 집회 현장에서 노래하고 고문과 정치폭력에 희생된 넋을 음악으로 위로했다. 서태지가 사전심의 제도에 문제 제기를 하기 훨씬 전인 1990년부터 정부의 검열과 싸웠고 노무현 천정배 당시 변호사와 함께 법률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성취에도 1990년대 이후 정태춘은 대중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에서 “노래의 질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갖고 그 동력으로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의 응집력은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의 정치적 메시지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40주년 전국 투어 중 광주 공연에선 “노래를 들으러 왔지 이념을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관객을 비춘다.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중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중 한 장면. NEW 제공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콘서트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113분의 상영시간에 28곡의 음악을 빼곡히 넣고 음악과 관련한 삶만 간략하게 다루다 보니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많은 정보나 심도 깊은 관점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고영재 감독은 시사 후 간담회에서 “시대의 공기와 그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정태춘은 다큐멘터리 개봉과 함께 음악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2003년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투쟁에 나선 정태춘은 경찰에 연행돼 벌금형을 받은 이후 음악 활동을 중단했는데 2012년 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낸 뒤 다시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내 노래는 일기였고 메시지였으며 나는 메신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오면서 세상과 관계가 그리 좋지 못했죠. 그 속에서 초기 노래는 개인적인 일기였고 중반 이후에는 사회적 일기였습니다. 10년 전 창작 활동을 접고 ‘더 이상 세상과 소통하지 않겠다’ ‘난 내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 달 전부터 노래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박은옥이 ‘벌써 8, 9곡을 만들었다’고 부연) 이젠 노래가 일기나 메시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정말 좋은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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