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는 아름다운 앨범이지만 정작 저는 아름답지 못했죠."
윤지성의 고백은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과거 엠넷 '프로듀스101' 때도, 그룹 워너원 활동 당시에도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랑을 받았던 그의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됐다.
가수 윤지성이 27일 세 번째 미니앨범 '미로(薇路)'를 발매하고 컴백 활동에 나선다. 전작 이후 약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을 통해 윤지성은 앞으로 걸어갈 자신의 '꽃길'을 노래한다.
본지는 지난 22일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D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윤지성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오랜만에 취재진과 마주한 윤지성은 "1년 만에 컴백을 하게 됐다. 그동안 제가 냈던 앨범들을 보니 거의 봄에 솔로 활동을 했더라. 이번에도 봄에 컴백을 하게 된 만큼 감회가 새롭다"며 "지금까지는 '지성이면 감성'이라는 타이틀을 밀어왔는데, 이제는 '스프링돌'을 노려보려 한다"는 유쾌한 컴백 소감을 전했다.
"새 앨범, 팬들과의 약속 덕분에 나왔다"
봄에 어울리는 '스프링돌'을 노린다는 윤지성의 말처럼 이번 앨범은 계절감이 물씬 풍기는 밝고 청량한 곡들로 채워졌다. 밝고 경쾌한 노래에서는 그만의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윤지성은 "앨범 콘셉트와 달리 이를 준비할 당시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거치는 중이었다"는 깜짝 고백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앨범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아플 때 작업한 앨범이에요.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던 시기였죠. '미로'는 예쁜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앨범이지만 작업 동안 저는 그렇게 아름답지 못했어요. 갑자기 이유 없이 주저앉아 울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작 마음이 힘들수록 억지로 더 밝은 면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이 시기에 새 앨범을 낸 이유는 밥알들과 했던 약속 때문이었어요. '무조건 (앨범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었죠. 만약 그 약속이 없었다면 과연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어요."
늘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선사하던 윤지성의 예상치 못한 고백은 놀라웠다. 그토록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반적인 상황들이 저를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전역 이후에도 쉴틈없이 뮤지컬, 드라마, 앨범, 그리고 다시 뮤지컬을 소화하며 일을 하고 있는데 보시는 분들은 '그래서 걔(윤지성)는 요즘 뭐하는데?'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 말이 마음을 조금 많이 아프게 했어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몰라줄까'라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이제는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더 자주, 열심히 활동을 하면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임하게 됐죠."
"입봉작 '미로', 싱어송라이터 보단..."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말처럼 윤지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자신의 성장을 증명했다. 타이틀 곡 '블룸(BLOOM)'을 포함해 무려 네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그는 "이번 앨범이 저의 입봉작"이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작품으로 이야기하면 저의 '입봉작'인거죠. 하하. 그래서 더 많이 긴장되는 것 같아요. 컴백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도 너무 긴장이 돼더라고요. 덕분에 잠도 잘 못잤어요. 물론 이번 앨범 작사·작곡에 참여했지만 아직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그런 수식어 보다는 앞으로 제 이야기를 담고 싶을 때 곡을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의 손에서 탄생한 타이틀 곡 '블룸'은 청량하고 싱그러운 봄 감성을 담아 기분좋은 설렘을 전하는 곡이다. 윤지성은 "새 타이틀 곡의 만족도는 별 5개 중에 4개"라고 말문을 열었다.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던 '봄'의 느낌이 너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타이틀 곡은 물론 이번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요. 물론 이번 앨범 결과물에는 만족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를 자양분 삼아서 앞으로 더 나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별 4개를 준 이유요? 나머지 별 한 개는 앞으로 천천히 쌓아나가는 걸로 하려고요.(웃음) 4개는 지금까지 고생한 저에 대한 총평 같은 느낌으로 주고 싶어요. 기대하는 성적이요? 개인적으로 만족도는 높지만 사실 성적에 대한 기대는 없어요. 요즘 워낙 (차트에) 진입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꼭 1위를 하고 싶다'는 기대나 욕심은 없어요. 오히려 당장 1위를 하기 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지리스닝으로 사랑 받는 노래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큰 것 같아요."
"대단한 성과 바라지 않아"
오랜 시간 대중에게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윤지성은 이번 앨범의 목표 역시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으로 대단한 성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냈습니다'가 아니라 그저 윤지성이라는 가수가 제 직업에 대한 열의를 갖고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는 것 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언젠가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오랜 시간 남을 수 있는 작품을 하나쯤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죠."
솔로 가수인 탓에 그룹과는 달리 세계관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이날 인터뷰 말미 자신만의 세계관을 시작하고 싶다는 유쾌한 바람을 전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저는 그룹이 아니다 보니 따로 세계관이 없어요. 그래서 앨범에 저만의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이번 앨범 제목을 장미 꽃길, '미로'로 정한 것도 그 서사의 일부에요. 수미상관을 굉장히 좋아해서.(웃음)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저만의 세계관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를 더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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