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분도 맞지만 북부 재정여건 개선을"
김은혜 "북부의 부족한 인프라 개선이 먼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길게 보고 숙고하는 게 좋겠다.”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를 둘로 나누는 분도(分道) 문제에 대한 경기지사 유력 후보들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강을 기준으로 경기를 남도와 북도로 나누자는 분도론은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의제지만, 이번에 지사로 출마한 김동연·김은혜 후보 역시 명확한 찬반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원론적 언급에만 그치고 있다.
26일 한국일보가 두 후보 선거 캠프의 입장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두 명의 후보 모두 기본적으로는 분도 개념에 찬성하고 있으나 "당장은 어렵다"며 시기상조론을 내세우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인구 규모(분도하면 전국 3위), 산업·경제 수준으로 볼 때 경기북부를 분도해야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경기 세수 중 북부 세수는 19%에 불과한데, 도 전체 사회간접자본(SOC)의 60%가 북부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며 “북부의 여러 여건이 개선된 뒤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부에서 거둔 세수가 북부 쪽으로 투자되는 현 상황을 좀 더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은혜 후보도 “분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북부 주민이 분도를 요구하게 된 근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분도는 북부에 대해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면서 표출됐다”며 “도로와 철도 등 부족한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중첩된 규제를 해결한 다음, 그래도 분도밖에 없다고 하면 그때 경청하고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두 후보 모두 분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그 시기를 못박지 않은 채 원론적 입장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현 상태에서 한강을 기준으로 경기를 남도·북도로 나눌 경우, 경기북도 인구만으로도 부산보다 많은 400만명에 달해 경기남도-서울에 이어 인구 기준 3대 광역지자체가 된다. 지역 특성이 이질적이고 중간에 끼인 서울로 인해 연결성도 떨어지는 남부·북부를 별도 광역지자체로 나누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주요 기업과 인프라가 남부에 몰려 있어 북부가 따로 떨어져 나가면 재정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를 둘로 나눠 독립된 광역지자체 2곳을 만드는 ‘경기북도 설치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민철(의정부 을) 민주당 의원은 “경기북도 신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라며 “정치권이 공약에 담아 추진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주민 투표로 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선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분도 문제는 경선·본선 과정의 중요 쟁점으로 제시됐으나, 유력 후보들이 유보에 가까운 입장을 표시한 탓에 동력을 얻지 못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후보였던 전해철·양기대 의원은 즉각적 분도에 찬성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여건이 성숙해지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단계적 분도 입장을 내놓았고, 남경필 당시 새누리당 후보도 "북부의 발전이 우선"이라며 분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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