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상을 비집고' 최복희 PD 인터뷰
장애를 가진 MZ세대의 토크쇼..."예능 같은 교양"
출연진 4인방 각자 매력에 서로 간 '케미' 더해져
"장애는 하나의 특징일 뿐...일단 한번 보시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1%는 장애인이다. 국민 20명 중 1명에 달한다. 매일을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이토록 주변에서 장애인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방송도 마찬가지, 장애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극소수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콘텐츠상상악단 사무실에서 만난 최복희 PD 역시 '장애인들만 나오는 프로그램을 누가 보긴 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 않냐'라는 생각을 하고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20~30대 출연진의 리얼리티 토크쇼를 만들어냈다.
"예능 같은 교양" EBS '세상을 비집고'는 이렇게 탄생했다. 연출을 맡은 최복희 PD는 "방송을 통해 장애는 개인이 가진 하나의 특성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장애인도 장애 유형이나 정도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려는 시도다.
중심에는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장애 청년 4인방이 있다. 출생 시 의료사고로 뇌병변장애를 갖게 된 신홍윤(33)씨, 3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팔을 절단한 김나윤(30)씨, 6년 전 망막질환 주체이영양증으로 시각장애를 얻은 박정인(34)씨, 5살 때 사고로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박현진(23)씨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다. 최 PD는 "젊은 친구들을 데리고 이야기를 풀었을 때 유쾌한 포인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났다"고 했다. "4인방의 '케미'가 중요한데 모아놓고 보니 MBTI가 다 E(외향형)인 거예요. 결국 이 친구들을 만나게 된 건 저희에게 천운과도 같은 일이죠."
이들은 첫 만남부터 어색한 기운 없이 어울려 연애, 영화 등 서로의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나눈다. 여느 또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세상을 비집고'는 오로지 4인방의 수다로 흘러가는 토크쇼라 큐시트가 따로 없다.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은 '제5의 멤버'다. 최 PD는 "제작진이자 비장애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중간에 궁금한 게 생긴다"며 "그럴 땐 저희가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사회구성원 가운데 장애인이 있다는 건 불편한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하는 이유인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분법으로 구분된 세상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워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심지어는 교류가 없다 보니 장애인도 자신이 가진 장애 외에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 몰라요."
최 PD의 말처럼 출연진도 방송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방송은 구화와 수어의 차이, TTS(음성합성시스템)의 속도, 인공와우 착용 시 들리는 기계음 등 알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청각장애를 가진 현진씨가 녹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그런대로 상황을 방송에 녹여낸다.
재미와 정보 제공 사이에서 고민하는 최 PD는 "그래도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이 친구들을 통해서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 PD는 마지막으로 '세상을 비집고'를 "일단 한번 보시라"며 웃었다.
"우리나라 5%, 소수에 속하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비장애인이 모르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고, 불편하지 않게끔 솔직하게 털어놓았어요. 관심 갖고 보시기 시작하면 '이런 친구들도 있구나, 참 새롭다'고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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