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취임 후 첫 간담회
"5월 금통위 최대 변수는 美 '빅 스텝'"
장기 저성장 국면선 "비둘기파 되고 싶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로선 물가 오름세가 성장 둔화보다 우려스럽다"며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와 다른 경제지표 등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이 총재는 25일 열린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현재 성장보다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은의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5월, 7월 계속 올릴 거냐는 한 방향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어렵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데이터(지표)를 더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2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선 미국의 긴축 강도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앞서 연준은 5월 3~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폭에 따른 자본 유출 문제와 환율 움직임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여타 국가에 비해 원화 절하 정도가 양호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5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깼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에 따라 일본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환율이 절하되고 있다"면서도 "다른 신흥시장이나 유로화 등 기타 화폐에 비해 원화 절하 폭이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총재 취임사에서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을 우려하며 구조개혁과 재정정책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선 "국민 경제 안정이란 큰 임무 측면에서 한은이 의견을 제기하고,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바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취임사의 관련 내용이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 역할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었다.
다만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는 재차 내비쳤다. 이 총재는 "장기적으로 보면 비둘기파가 되고 싶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등 국내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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