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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장점이 안 보인다

입력
2022.04.2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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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권력 탄압 체감, 정치 기득권 없는 ‘초짜’
한동훈 기용과 ‘서오남 인사’ 단점 부각
독선적 태도 벗어나 차별점 확실히 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경기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 연구실에서 개발한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경기 성남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 연구실에서 개발한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반대했던 국민도 일단 기대를 갖는다. 비록 선거 때는 쌍심지를 켰지만 국가를 책임진 자리에 오른 만큼 지지를 보내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도자가 국정 운영을 잘해야 개인의 삶도 나아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는 터다.

국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도 어느 한쪽 진영의 수장이 아닌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도량을 갖게 된다. 상대 진영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건 그래서다.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지지층 결집이 필요했지만 이젠 ‘대한민국호(號)’ 선장으로서 갈라진 국민을 결집시켜 동력을 키워야 한다.

필자가 보기엔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검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과 ‘여의도 정치’로 상징되는 기득권 정치에 물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대층엔 “대통령 감이 안 된다”는 폄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당선인이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변화와 혁신의 단초로 삼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자양분은 문재인 정부의 부당한 압박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를 뼛속 깊이 체감한 당사자가 윤 당선인이다. 한편으론 권력과 검찰의 오랜 유착 관계가 검찰을 망가트렸다는 사실도 그는 잘 알고 있다. 권력과 검찰 관계 정상화뿐 아니라 검찰개혁을 수행할 적임자로 그만 한 인물이 없다.

이런 장점을 살릴 기회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선으로 물거품이 됐다. 검찰 주변에서 그의 능력과 자질을 의심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한동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인상은 ‘닥치고 공격’이다. 검찰에서 상하 관계였던 두 사람은 기실 ‘윤핵관’보다 더 끈끈한 사이다. 그런 한 후보자가 선거 때부터 윤 당선인이 공언했던 ‘적폐청산’의 유능한 실행자가 되리라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윤 당선인에겐 한동훈이 ‘나로 인해 피해 본 아끼는 후배'에 그치겠지만 국민의 눈에는 ‘소통령’ ’2인자’로 보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윤 대통령'의 말과 생각으로 인식될 것이다. 벌써 항간에는 윤 당선인이 정치 후계자로 키우려 한다는 말이 돈다. 대놓고 최고 실세라고 인증해준 부담은 고스란히 윤 당선인의 몫이다.

내각 인선은 기존 정치 문법에 물들지 않은 윤 당선인이 차별점을 확실히 보일 수 있는 분야다. ‘윤석열 내각’ 색깔이 이전 정치인 출신 대통령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기대하는 시각도 적잖다. 하지만 베일이 벗겨진 모습은 기대가 컸기에 더 실망스러웠다. 살얼음판 같은 경제ㆍ외교안보 분야는 그렇다 해도 다른 부처는 얼마든지 참신하고 다양한 인물을 등용할 수 있었다. 전직 대통령들이 적어도 정권 출범 때는 무지개 내각을 꾸렸던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책무라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 윤 당선인은 장점은 보이지 않고 단점은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자신이 브랜드로 삼았던 ‘정치 초짜’가 신선함 대신 안이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 시절의 ‘직진 본능’이 정치판에서도 먹혀 대통령에 이르렀다는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하려고 한다. 집무실 용산 이전 강행, ‘마이 웨이’ 인사, 능력주의 맹신 등에서 ‘독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문재인 정부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역설적으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압승 직후였다. 승리에 취해 국민통합을 외면하고 오만의 길로 들어선 결과는 5년 만의 정권 재창출 실패였다. 윤 당선인은 아직 대선 승리의 기쁨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선 윤 당선인 지지율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윤 당선인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은 대통령 자신의 ‘독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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