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파리, 13구' 내달 12일 개봉 앞둬
자크 오디아르(70)는 브루노 뒤몽, 프랑수아 오종 등과 함께 현대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장르 영화의 규칙을 지렛대 삼아 프랑스 사회 이면을 들춰 왔다. 폭력에 노출된 이민자와 빈민 등의 삶을 그려내며 긴장감을 빚어냈던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2005)과 ‘예언자’(2009), ‘러스트 앤 본’(2012) 등이 대표작이다. 스리랑카 출신 불법체류자 이야기를 그린 ‘디판’으로 2015년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신작 ‘파리, 13구’의 개봉(5월 12일)을 앞두고 화상으로 오디아르 감독을 최근 만났다.
‘파리, 13구’는 “로맨틱 코미디”다. 폭력이 단골 소재였던 오디아르 감독의 전작들과 결이 확연히 다르다. 프랑스 파리 13구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 4인의 사랑을 그린다. 오디아르 감독은 “전작 ‘시스터스 브라더스’(2019)가 광활한 공간을 배경으로 폭력이 아주 많이 등장하는 서부영화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들을 작은 공간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 13구를 배경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선 “파리 13구는 인종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굉장한 다양성을 지닌 지역이고, 나 자신이 10년 넘게 살았던 경험이 있어 표현하기 용이해서”라고 말했다.
영화는 두 가지 삼각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교사 출신 부동산 중개인 카미유(마키타 삼바)가 젊은 집주인 에밀리(루시 장)와 육체적 관계를 맺다가 만학도 여인 노라(노에미 메를랑)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한 축을 이룬다. 노라가 카미유와 교제하다 성인방송 진행자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를 통해 새로운 사랑을 깨닫게 되는 사연이 또 다른 이야기 축이다. 네 사람은 몸을 앞세운 사랑에 몰입하다 진심 어린 관계를 찾은 후 마음의 연인을 얻는다. 오디아르 감독은 “요즘 세대의 관계를 쌓고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 내가 젊었던 과거의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아직도 그 방식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성애 장면이 잦고 신체 노출 수위가 높다. 하지만 오디아르 감독은 “그렇게 수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앱으로 상대를 찾아 곧바로 잠자리를 가진다”며 “그들이 나누는 사랑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흑백이다. 세계인 누구에게나 익숙할 파리의 풍광이 낯설게 느껴진다. 오디아르 감독은 “촬영을 많이 해서 파리의 아름다움을 잘 아는 동시에 파리의 한계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파리는 매우 낭만적이고 박물관이 많은 역사적인 도시인 반면 박제된 도시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답지 않은 파리로 보이도록 흑백을 선택했다”며 “등장인물들이 아시아 어느 대도시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파리, 13구’는 일본계 미국 작가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단편 그래픽 노블 3편을 밑그림으로 삼고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과 ‘쁘띠 마망’(2021) 등으로 국내에서 열성 팬층을 형성한 셀린 시아마 감독 등이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원작이 여성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어 여성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며 “시아마 감독은 매우 훌륭한 작가이기도 해 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달콤함이 스크린을 채운 ‘파리, 13구’ 이후 오디아르 감독은 어떤 행보에 나설까. 그는 다음 작품을 “코미디 뮤지컬”이라고 소개했다. “사랑과 폭력이 다 들어가 있는 스페인어 영화로 멕시코에서 촬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쫓기는 신세인 마약거래상이 신변보호를 위해 여성으로 성전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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