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개막작
권성준 지휘·홍민정 연출 합으로 새 단장
우리말로 즐기는 블랙코미디 창작오페라
"피상적 관계 향한 질문…편하게 즐길 공연"
"제가 지은 말인데요, '코페레타'라고 할까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국내 최초 오페라 축제인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했다. 우리말로 된 작품으로 관객의 오페라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취지에 맞게, 창작오페라 2개와 번악오페라 2개가 5월 8일까지 각 5회씩 무대에 오른다. 그중에서도 창작오페라 '텃밭킬러'는 2019년 초연 당시 호평에 힘입어 이번에는 개막작으로 청중을 만났다. 한 단계 성숙한 '텃밭킬러'를 이끌어 낸 권성준 지휘자와 홍민정 연출을 만났다.
동양인 최초로 독일 쇠네베크 오페레타 서머 페스티벌 수석지휘자로 선발돼 이름을 알렸던 권성준 지휘자는 '텃밭킬러'를 코리아(한국)와 오페레타(소형 오페라)를 합친 일명 '코페레타'라고 설명했다. 일상복을 입은 오페라 배우와 비교적 짧은 공연 시간(100분), 한국 사회상을 담아낸 대본과 고전적 클래식 요소 곳곳에 트로트 느낌도 더한 음악까지. 기존 오페라 틀에 담을 수 없는 개성 강한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정형화된 장르적 특성을 기대하지 말고 봐달라는 관객을 향한 당부기도 했다.
'텃밭킬러'는 오페라판 기생충이라고도 불린다. 구둣방에 사는 두 손자와 아들이 골룸(할머니)이 남의 집 텃밭을 털어 온 것으로 연명하면서, 가족의 유일한 재산인 골룸의 금니 3개까지 차지하려고 탐하는 내용이라서다. 홍민정 연출은 과연 가족이란 범주로 이들을 묶을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뜯어먹고 뜯어먹고 뜯어먹다가 결국에는 뜯어먹을 게 없어서 떠나는 관계예요. 사회로 확장시키면 우리 시대 피상적 인간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죠."
연출가 혹은 지휘자로서 느끼는 창작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창작진(안효영 작곡·윤미현 대본)과의 소통이라고 꼽았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오페라 작품을 하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작품은 초연보다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홍 연출은 "극의 긴박감을 높일 요소를 고민하다가 배경을 늦가을에서 초여름으로 바꾸고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예보를 넣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면서 "집수리를 위해 빨리 돈을 구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맥락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대화가 편한 동료다.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한 공통점 덕분인지 부담없이 의견을 공유했다. 권 지휘자는 "연극적 요소가 강해 연기적 동선이나 연출에 비중을 두고 음악을 얹으려고 했다"고 말하자, 홍 연출은 "많이 (저에게) 맞춰주셨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기존 오페라는 물론이고, 인기 많은 대형 뮤지컬과 급성장한 '안방 콘텐츠'까지 생각하면 소극장 창작 오페라의 입지는 위태로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창작의 힘을 믿었다. 홍 연출은 "다양한 문화는 그 사회의 포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단언했고, 권 지휘자는 "오페라, 뮤지컬, 창작 오페라 등 경계를 허물고 생각하면, 창작 시도가 일어나는 축제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페라는 격식을 차리고 봐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편하게 듣고 감정 표현도 하며 관람하시길 바랍니다."(권성준 지휘자) '텃밭킬러'는 28일과 5월 7일 총 4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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