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10명 중 7명은 참거나 모르는 척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고를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데다 되레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폭언·폭행 △모욕·명예훼손 △따돌림·차별 △업무 외 강요 △부당지시 등을 하나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3.5%였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36%) 조사와 비교했을 때 감소한 수치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이 15.7%로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 11.4%, 따돌림·차별이 8.9% 순이었다.
괴롭힘 경험 응답자(470명) 중 51.5%는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느꼈다는 비율도 48.1%를 차지했다.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인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도 30.2%였다. 괴롭힘을 당하고 자해 등 극단적인 행위를 고민했다는 응답(7.4%)도 있었다.
신고 후 '회사의 조사·조처 의무 안 지켜졌다' 61%
하지만 괴롭힘을 당한 이들은 여전히 신고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경험 응답자(470명) 중 76.2%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했고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4.5%), '회사를 그만뒀다'(15.1%)는 답이 뒤를 이었다. '회사 또는 노조에 신고했다'(3.6%),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2.6%)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회사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도 20.6%를 차지했다.
실제로 괴롭힘 신고 이후 회사가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등 조치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61.3%였고, 오히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25.8%였다. 회사의 조사·조치의무 불이행은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권오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돼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로 전환되면서 괴롭힘이 우려된다는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조직 갈등이 아닌 인권침해로 보고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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