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은 정치, 경제, 문화 등 한국사회 전 영역에서 거대한 변화와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어느덧 30년이 넘었지만 서울올림픽이 한국사회에 남긴 유무형의 유산은 여전히 한국사회의 근간이 되고 있다.
1989년 4월 20일 창립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도 서울올림픽이 남긴 유산이다. 1988년 9월 17일 개막한 서울올림픽의 잉여금 3,521억 원으로 뼈대를 세운 공단은 다양한 활동으로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해 한국체육 재정의 약 90%를 주무르는 단체로 거듭났다.
경륜·경정 및 체육진흥투표권 사업 등을 통해 공단이 매년 조성하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스포츠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시기에 일궈낸 성과였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서울올림픽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을 보전, 관리하는 것도 공단의 중요 임무 중 하나다.
33년간 한국 스포츠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공단 사무실에서 공단의 수장 조현재(62) 이사장을 만났다.
조 이사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성공적인 올림픽 유산 관리 사례를 꼽을 때 가장 먼저 거론하는 것이 서울올림픽”이라며 “서울올림픽의 잉여금으로 공단을 세우고, 그 공단에서 조성한 체육기금으로 매년 1조 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모델”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림픽 유산은 크게 유형과 무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유형의 유산은 올림픽이 치러진 경기장 등이 대표적이다. 조 이사장은 "지금까지 유형의 시설물 관리는 잘해왔다. 올림픽을 치른 6개 경기장 중 테니스경기장과 벨로드롬을 제외하면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 공연 및 체육 행사를 같이 진행해 많은 시민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벨로드롬도 복합문화시설인 ‘벨로파크’로 조성하고 테니스장도 공연이 가능한 돔구장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형 유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조 이사장은 "올림픽의 본래 목적인 스포츠를 통한 인류 화합과 갈등 해결, 평화 증진 등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들과 연대해 이런 움직임을 확산시켜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단은 오는 10월 '올림픽 레거시(유산) 포럼'을 한국에서 개최한다. 조 이사장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을 만나 레거시 포럼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렸고 바흐 위원장의 기조연설 약속까지 받아냈다. 올림픽을 개최한 30여 개 도시를 포함해 200여 개국의 올림픽 위원회에서도 참석한다.
조 이사장은 "올림픽 유산의 미래세대 전파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현재 젊은 세대에게 서울올림픽 정신이 계속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도 이어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2월 3년의 임기를 시작한 조 이사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가 전체가 힘겨운 상황이었고, 스포츠산업 역시 큰 위기에 빠져있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현장과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춘 그는 위기 탈출을 위해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취임 당일 곧바로 국회를 방문해 공단 현안 관련 법안을 설명한 뒤 경륜·경정의 온라인 발매를 위한 매듭을 풀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2021년 공단은 전년도보다 4,000억 원이 증가한 2조1,158억 원의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했다"며 “올해는 경륜, 경정이 코로나19 이전 시절의 90% 정도로 회복했다. 스포츠토토도 여러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각종 스포츠 산업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체력을 측정하고 운동을 처방받는 '국민체력 100' 프로그램 참여 인원을 늘리기 위해 체력인증센터도 확대하고, 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 강좌 이용권 사업도 늘릴 계획이다.
조 이사장은 새로운 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공단의 영역을 확대하는 ‘KSPO 유니버스’가 그 첫발이다. 공단 본연의 역할은 더욱 강화하는 한편 영향력을 글로벌 영역으로 넓혀가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포츠산업 기업들을 발굴 후 지원을 통해 세계에 통용되는 글로벌 브랜드 기업을 배출한다는 청사진이다. 또 비대면과 메타버스를 활용해 스포츠산업의 신규 시장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조 이사장은 “공단은 앞으로 다가오는 뉴노멀 시대에 맞춰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 모든 국민이 스포츠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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