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에서 시작된 디젤게이트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꽤 많은 브랜드들이 ‘디젤’과의 거리 두기를 이어갈 뿐 아니라 나아가 ‘탈 내연기관’에 대한 기조를 보다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여전히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있으며 ‘수입차의 대중화’라는 비전 아래 브랜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해치백, 골프 역시 8세대를 맞이하며 ‘폭스바겐의 시간’을 자신들의 템포에 맞춰 이어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디젤 엔진을 품고 있는 폭스바겐의 해치백, 골프는 과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폭스바겐 골프 2.0 TDI는 상위 모델인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하위 트림인 프리미엄과는 차량 전반의 구성이 동일하다.
브랜드가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4,285mm의 전장과 각각 1,790mm와 1,455mm의 전폭 및 전고를 갖췄으며, 휠베이스 역시 2,636mm로 ‘컴팩트 해치백’ 전형을 드러낸다. 공차중량은 2.0L TDI 엔진과 7단 DSG 등의 조합으로 1,489kg에 이른다.
세련된 감성으로 미래를 예고하는 골프
어느덧 8세대에 이른 골프의 디자인은 기존의 골프보다 더욱 세련된 감성을 제시해 ‘최신의 차량’을 입증하는 것과 동시에 ‘골프의 역사’를 정립하는 모습이다.
실제 시승을 위해 준비된 골프를 보고 있자면 ID. 시리즈로 이어지는 최신, 그리고 미래의 디자인 기조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역대의 골프’에 대한 오마주를 엿볼 수 있다.
전면은 보다 미래적이다. 날렵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프론트 엔드에는 가로로 길게 프론트 그릴 라이팅을 더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더불어 날렵한 실루엣의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가 돋보이며, 와이드한 스타일을 품은 바디킷 우수한 균형감을 드러낸다.
측면은 ‘오마주의 공간’이다. 측면의 실루엣과 각종 디테일에 있어 ‘과거의 골프’를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단차를 대폭 줄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제시하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더불어 꽤나 멋스러운 17인치 휠 역시 만족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후면은 최신의 폭스바겐이 도드라진다. 직선적이고 명료함이 돋보이는 차체, 그리고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골프’ 레터링을 트렁크게이트 중앙에 새겨 차량의 정체성을 더욱 강조한다. 더불어 바디킷의 ‘듀얼 머플러 팁’ 그래픽 역시 만족감을 높인다.
세대 교체의 기수
지난 세대의 골프는 ‘폭스바겐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미래에 대한 의지’가 도드라지는 차량은 아니었다. 하지만 8세대에 이른 골프는 현재 폭스바겐의 그 어떤 차량보다도 미래지향적인 모습이다.
실제 골프의 실내 공간에는 보다 미래적인 감성으로 새롭게 구성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그리고 각종 컨트롤 패널의 배치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새로운 디지털 콕핏 프로와 최신 UI가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HUD가 연출하는 ‘이노비전 콕핏’ 역시 도드라진다.
운전석을 향해 배치한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리 버튼을 최대한 억제할 뿐 아니라 새로운 그래픽 테마, 그리고 UI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깔끔함, 그리고 다양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어 만족감이 더욱 높았다.
더불어 센터 터널에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를 통해 간결하고 명료한 이미지를 품은 기어 시프트레버가 배치되어 시선을 끈다.
실내 공간은 컴팩트 해치백의 전형을 드러낸다. 차량의 체격이 큰 편은 아니지만 ‘해치백의 패키징’에 익숙한 브랜드의 경험을 살려 만족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 덕분에 운전자는 보다 만족스러운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할 수 있고, 시야 역시 쾌적하다.
물론 2열 공간은 아쉬운 모습이다. 차량의 체격이 절대적으로 쾌적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약간의 타협’을 한다면 성인 네 명을 수용하기엔 충분하다. 다만 시트의 소재가 직물로 구성된 점은 ‘소비자 기호’와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적재 공간 역시 ‘세그먼트’의 특성을 드러낸다. 애초 컴팩트 해치백이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추는 것 자제가 무리일 것이다. 골프의 적재 공간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간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 만족감을 높인다. 더불어 2열 시트의 분할 폴딩을 통해 상황에 따라 더욱 넉넉하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일 것이다.
여전한 폭스바겐의 구성
골프의 보닛 아래에는 지금까지 폭스바겐이 가장 잘 사용했던 ‘구성’이 마련된다.
최고 출력 150마력과 36.7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2.0L TDI(EA288 evo) 엔진이 7단 DSG와 조화를 이루며, 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통해 보다 경쾌하고 효율적인 주행 성능을 제시한다. 디젤게이트의 악몽이 있지만 분명 가장 자신 있는 구성일 것이다.
이를 통해 실용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하며 복합 기준 17.8km/L(도심 15.7km/L 고속 21.3km/L)의 탁월한 효율성을 자랑한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 그리고 컴팩트 해치백
폭스바겐 골프와의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새로운 공간 구성, 그리고 그래픽 요소들이 시선을 끈다. 인포테인먼트 및 새로운 디지털 요소들은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기능 및 작동 품질이 우수해 만족감을 높인다.
여기에 디젤 파워트레인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전반적인 정숙성이 한층 개선되어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다만 만족감과 별개로 국내 소비자 기호와는 거리가 먼 직물 소재의 시트의 적용은 보는 이에 따라 아쉬움을 느낄 것 같았다.
150마력과 36.7kg.m의 성능은 말 그대로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컴팩트 해치백을 이끌고 만족스러운 주행을 구현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실제 엑셀러레이터 페달의 조작에 따라 능숙하게 가속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엔진 회전 질감이나, 전반적인 출력 전개의 반응 역시 이전의 골프에 비해 더욱 매끄럽고 기민한 모습이다. 덕분에 체감 성능이 향상되어 발진 가속이나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주행 등 주행 전반에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4기통, 디젤, 그리고 컴팩트 모델인 만큼 순간적으로 출력을 끌어 올릴 때에는 자잘한 진동이 차체 전면에서 전해진다.
TDI 엔진에 합을 이루는 7단 DSG는 말 그대로 능숙하다. 변속 속도나 변속 반응, 그리고 상황에 따른 판단이 우수하다. 오르막 구간 및 일부 발진 가속 상황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있지만 골프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시대 흐름은 더욱 ‘다단화된 변속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실제 대다수의 경쟁 차량들이 8단 변속기를 채택하고 혹자는 CVT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패들시프트의 작은 크기와 조작감도 다소 아쉬웠다.
어느덧 8세대 이른 골프는 이전의 골프에 비해 눈으로 보이는 부분에서의 변화가 도드라지지만 ‘주행 품질’의 개선도 인상적이다.
컴팩트 해치백에 기대하는 감각, 즉 ‘다루기 좋고, 경쾌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달리는 모습을 주행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쾌적하고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주행을 하는 내내 차량 적응에 대한 ‘진입장벽’이 무척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D-컷 스타일로 다듬어진 다듬어진 스티어링 휠은 일상적인 상황, 그리고 빠른 템포의 주행에서도 우수한 ‘손 맛’을 제시했다.
참고로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할 때에는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안정감과 편안함이 더욱 강조된 8세대 골프의 기본 기조로 인해 ‘강렬함’과는 거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다루기 좋고, 경쾌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럽지만 보는 이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질 것 같았다.
만약 과거의 골프가 제시한 명료하고 탄탄한 이미지를 추구한다면 오늘의 주인공인 골프 TDI 보다는 고성능 사양으로 준비될 골프 GTI가 더욱 어울릴 것 같았다. 참고로 그쪽의 셋업은 더욱 강렬하고 직설적이라는 것이 브랜드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골프의 매력은 탁월한 효율성, 그리고 다채로운 기능에 있다. 시승을 하는 내내 차량에 담겨 있는 다양한 기능, 그리고 우수한 효율성을 꾸준히 체감할 수 있어 ‘SUV’의 유행 속에서도 해치백의 가능성, ‘골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좋은점: 세련된 디자인, 한층 개선된 드라이빙의 가치
아쉬운점: 직물 시트에 대한 호불호
수입차의 대중화, 여전한 해치백의 가치
8세대 이른 폭스바겐 골프에게 주어진 주변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 주어졌던 ‘유러피언 해치백 아이콘’이라는 거대한 배경과 달리 이제는 SUV 중심, 그리고 전동화 기조가 시장의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폭스바겐, 그리고 골프는 ‘합리적으로 선택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조금 달라진 입지, 하지만 골프는 여전히 소비자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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