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600만 명을 넘었다. 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확진됐지만 증상이 가벼워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간 사람까지 합하면 얼마나 감염됐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전하니 이제는 오히려 확진되지 않은 사람이 초조할 정도다. 나도 모르게 감염됐다가 증상 없이 넘어갔는지 아니면 앞으로 걸릴 것인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차라리 빨리 확진자 대열에 들어가 걱정에서 ‘졸업’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요즘 심상치 않은 의학적 연구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걱정을 키우고 있다. 설사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고 해도 코로나19에서 진짜 졸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앓으면 면역이 생기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여겼는데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감염 후유증이 생각보다 오래가고 심상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에서 회복한 사람 가운데 후유증이 수개월간 지속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롱 코비드(Long COVID)’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롱 코비드 증상으로 피로감, 호흡곤란, 가슴 통증, 기억력ㆍ집중력 감퇴, 수면장애, 두근거림, 찌르는 통증, 관절통, 우울감, 불안, 이명, 위장 장애, 열, 두통, 기침, 후각ㆍ미각 상실 등을 들고 있으며 4주 이상 후유증이 지속되면 의사를 찾을 것을 권한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의 3.7%는 7개월이 지났어도 분변에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런 증상은 롱 코비드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합병증으로 심근염ㆍ심낭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mRNA 백신을 접종할 때도 아주 드물지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질병관리청도 백신 접종 1주 이내 특히 2차 접종 후 가슴 통증ㆍ호흡곤란ㆍ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심근염을 의심해 진찰을 권하고 있다. 젊은 층에 생기고 대부분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막상 이런 증상이 자신에게 발생하면 불안하기 마련이다. 결국 심장 전문의 진찰과 심전도, 심근표지자, 혈액, 심장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해야 안심하게 된다.
최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심혈관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돼 회복해도 한 번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1년이 지나도 63% 높았다. 뇌졸중 위험은 52%, 심방세동 71%, 심근염 2배, 심근경색증 63%, 심부전증 72%가 더 높았다. 심근염 5배, 폐동맥에 혈전이 생기는 폐색전증도 3배나 높았다.
코로나19를 심하게 겪은 사람이 장기 후유증도 더 심했다. 의외로 경증 환자도 장기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비만ㆍ고혈압ㆍ당뇨병ㆍ만성콩팥병ㆍ이상지질혈증 같은 심혈관계 위험 인자가 없어도 이런 합병증이 발생했고 연령ㆍ인종과 관계없이 나타났다. 걱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어두운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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