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지막 친서를 교환했다.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20일 인사를 겸해 친서를 보내자, 김 위원장은 다음날 화답 친서를 보내왔다. 덕담과 아쉬움으로 채워진 친서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남북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협력에 임해달라”고 대화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역사적 선언과 합의는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수뇌가 변함없이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고강도 도발이 우려되는 때 김 위원장이 새 정부에 긍정적 신호를 발신한 것은 일단 다행스럽다. 북한이 22일 친서 내용을 먼저 공개한 배경 또한 새 정부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것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듣기를 바라는 내용도 제법 있다”고 나쁘지 않게 평가했다.
사실 김 위원장이 올해 13차례 도발을 감행하고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김 위원장은 2020년에도 온건한 친서로 기대를 높인 뒤 실망만 안겨준 전례가 없지 않다. 이번 발언 역시 긴장 고조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지금 북한은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5월 상순에는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핵실험이 탄두 소형화를 과시하면서 신정부 출범,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기와 겹친다면 그 파장은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김 위원장이 꺼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새 정부 노력도 중요하나 그보다는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 친서교환에서 확인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대화로 풀어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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