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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 달라" 했더니 폭행... 갈 길 먼 철도노동자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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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 달라" 했더니 폭행... 갈 길 먼 철도노동자 안전

입력
2022.04.22 1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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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철 노동환경 현실 토론회
매년 50~100명 사고... 산재 다발 산업
정신적 피해, 유해 환경 노출 빈번

철도 정비 공장에서 차체를 들어올려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철도 정비 공장에서 차체를 들어올려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지하철 승무원 A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 달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승객은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는 내 자유다"라고 거절하다 결국 A씨를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화물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B씨는 운행 중 고라니와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다. 사람을 친 줄 알고 크게 놀란 B씨는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법원은 고라니 사고가 B씨 죽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공황장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교통공사 기관사가 10여 명에 이른다.

"철도 개통 후 산재 사망자 2,546명"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일'(International Workers’ Memorial Day·4월 28일)을 맞아 22일 국회에서 철도와 지하철에서 일하는 이른바 '궤도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현실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철도 개통 이후 숨진 궤도 노동자는 2016년 '구의역 김군'을 포함해 2,546명에 달한다. 철도와 지하철은 최근에도 매년 50~100명씩 사고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산재 다발 산업으로 꼽힌다. 정의당 심상정·이은주·강은미 의원과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승무 △차량 △역무 △기술의 4개 직종 노동자들이 직접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승무원 출신의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관계자는 "법원이 인용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일반 교대근무와 달리 열차 승무원은 교번근무·단독근무 등의 특성이 있어 가장 불규칙한 근무 형태로 꼽힌다"며 "2015년 안전보건공단이 만든 철도기관사의 직업건강 가이드라인에도 기관사들이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공황장애가 4배, 주요 우울증이 2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4배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지하공간 등에서 혼자 운전하며 승객 수천 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업무가 정신 건강 장애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주취 폭력... 2인 1조가 대안"

차량 정비 노동자 황수선씨는 "서울교통공사의 최근 10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차량 노동자의 비중이 42.3%에 달한다"며 △인력 감축에 따른 업무량 증가 △시설 노후화에 따른 작업환경 개선 예산 부족 △행정기관의 불법적인 행정권 남용 등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짚었다.

역무 노동자 노기호씨는 "피해 사례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취객 안내 시 폭언·폭행"이라며 "특히, 다수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하는 폭언과 폭행, 성희롱, 모욕 등은 정신적 후유증이 심하게 남는다"고 밝혔다. 정신적 피해를 넘어 폭행과 상해로 인한 산재요양 신청 건도 매년 증가 추세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술직 노동자 한상국씨는 "기술 분야의 주된 유해 요인은 심야에 터널 내에서 작업하면서 라돈과 디젤연소물질, 미세먼지, 소음 등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시민단체 '일과건강'의 한인임 사무처장은 "궤도 사고는 '2인 1조'가 해체되면서 발생된 문제들이 다수였다"며 "선로 유지보수나 전로 작업, 사다리 작업에도 감시자가 있어야 하고, 역무에서 고객을 응대할 때도 2인 1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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