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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독창성 중요시...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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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독창성 중요시...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 지원해야”

입력
2022.04.25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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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터뷰- 日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
최근 미래 과학자 양성 활발한 활동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ㆍ77) 교수가 지난 14일 요코하마 소재 도쿄공업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스미 교수는 생물의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단백질 등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삼는 ‘자기포식’ 작용을 의미하는 ‘오토파지(Autophagy)’ 연구로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요코하마=최진주 특파원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ㆍ77) 교수가 지난 14일 요코하마 소재 도쿄공업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스미 교수는 생물의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단백질 등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삼는 ‘자기포식’ 작용을 의미하는 ‘오토파지(Autophagy)’ 연구로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요코하마=최진주 특파원


“노벨상은 독창성을 중요시합니다. 단시간 내 성과가 나오는 연구나 세간의 관심이 높은 연구가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만 노벨상을 노릴 수 있습니다.”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ㆍ77) 도쿄공업대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이 나오기 위한 조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벨상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독창성을 중시해 실용 학문이나 인기 분야에만 연구비가 다수 지원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은 과학분야 25명을 배출한 '노벨상 강국'이다. 요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는 그를 14일 요코하마 소재 도쿄공업대에서 만났다. 오스미 교수는 ‘오토파지(Autophagy)’ 연구로 노벨상을 탔다. 오토파지는 생물의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단백질 등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삼는 ‘자기포식’ 작용을 의미한다. 알츠하이머를 비롯해 인류가 각종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기초가 된 중요한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오토파지 연구의 의의를 설명해달라.

“분자생물학이 성립됐을 때 많은 연구자들이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열심히 연구했다. 그런데 우리 몸의 단백질은 몇 개월 만에 새로운 것으로 교체된다. 성인의 몸은 계속 커지지 않으므로 새로 합성한 만큼 분해되는 셈이다. 그 과정에 영양분은 재활용하고 불필요한 것은 제거한다. 주목받는 것은 ‘합성’이지만 사실은 ‘분해’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오토파지가 알려줬다. 분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병에 걸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제 많은 사람들이 오토파지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원리는 사회에도 적용된다. 원전은 우라늄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훌륭한 기술이지만 처리 문제는 보관 장소조차 결정하지 않은 채 ‘언젠가 해결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나. 플라스틱도 편리한 소재지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만들기만 하면 환경 파괴가 발생한다.”

-오랜 기간 오토파지 한 분야만 연구했는데.

“도쿄대 교양학부 조교수 때 홀로 오토파지 연구를 시작해 8년간 계속했다. 여기서 연구의 중요한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아이치현에 있는 기초생물학연구소로 옮겨 여러 젊은 연구자와 함께 13년간 즐겁게 연구했다. 2000년에는 도쿄공업대학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현재까지 이어졌다. 도쿄대 시절부터 34년 동안 오토파지만 연구한 셈이다. 기초과학에서 큰 성과가 나오려면 한 분야를 오래 연구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ㆍ77) 교수가 지난 14일 요코하마 소재 도쿄공업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스미 교수는 생물의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단백질 등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삼는 ‘자기포식’ 작용을 의미하는 ‘오토파지(Autophagy)’ 연구로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요코하마=최진주 특파원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ㆍ77) 교수가 지난 14일 요코하마 소재 도쿄공업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스미 교수는 생물의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단백질 등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삼는 ‘자기포식’ 작용을 의미하는 ‘오토파지(Autophagy)’ 연구로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요코하마=최진주 특파원


-한국에는 과학분야 노벨상이 없는데 어떤 지원이 필요하나.

“요즘 과학 연구는 혼자 하기 어렵고 그룹 연구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규모의 연구실과 이를 유지할 연구비가 조성돼야 노벨상에 근접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 노벨상은 최종 성과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독창성을 중시한다. 실용적이거나 세간의 관심이 많은 연구에만 큰 투자를 한다면 성과는 빨리 나오겠지만 노벨상은 받지 못한다.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연구를 해야만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모르는 분야는 평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오랫동안 가시적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 연구비를 나눠줄 때 5년, 10년 앞을 보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에 따라 할 수 있는 연구에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독창적 성과가 하나라도 나올 수 있다. 이 철학은 내가 설립한 재단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다.”

-노벨상 상금으로 ‘오스미 기초과학창성재단’을 설립했는데.

“일본에서 박사과정 지원자가 격감해 큰 문제다. 대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바로 기업에 취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러다 일본의 연구 역량이 떨어져 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기초과학 중에서 생물학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초·중·고생을 위한 과학 행사를 하고 있는데.

“젊을 때부터 눈을 빛내며 연구를 재미있어 하는 사람을 키우고 싶다. 이 때문에 재단에서 초·중·고생을 위한 재단 강연을 한다. 청중 수백 명 중에 단 몇 명이라도 ‘꼭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이 나와 준다면 성공이다. 한국의 교육제도가 일률적이라고 하지만, 일본도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너무 빨리 학생을 선별한다. 어느 유명 사립중학교에 들어가지 않으면 도쿄대에 갈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다양성이 없어져 과학자를 꿈꾸기 어려워진다. 엘리트나 부유한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과학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큰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한 가지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모두가 조금씩 해보자는 취지다.”


요코하마=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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