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도 홍대 미대 전 학생회장
가해 교수 해임 징계 처분 알리며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힘 모아야"
인권센터 실질화·교수윤리헌장 요청도
홍익대 미대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들을 지원한 양희도 전 미대 학생회장이 이번 사건은 예술계에서 만연한 권력형 범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교수랑 틀어지는 것만큼 커리어에 치명적인 일이 없다"며 이 때문에 "학생들은 어떻게든 교수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고, 교수는 학생을 위계로 찍어 누르면서 인권을 침해하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전 회장은 21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피해자 분들이 이 사건을 4년 만에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는 예술계에서 만연한 권력형 성범죄가 다시는 홍대와 한국사회에 없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가해자 A교수는 학생들에게 "눈 밖에 나면 미술계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예로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유명 갤러리로부터 계속 전시 기회를 받아야 하는데 예술계에서 잘 알려진 사람의 눈 밖에 나면 모든 게 어려워진다"고 했다. A교수도 유명 갤러리 대표와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양 전 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절대로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학생들이 힘을 모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적 보완책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①'교내 인권센터의 실질화'다. 그는 "인권센터 설립은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법적 최소 요건만 겨우 갖춘 수준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질화를 위해 "인권 사업을 전담하는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충분한 사업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제시한 것은 ②'교수윤리헌장 제정'이다. 그는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인격체임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며 "서종욱 총장께 직접 요청드렸던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윤리헌장이 2005년 서울대에서 처음 제정된 후 다른 여러 대학에서도 속속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는 혐의 부인, 학교는 숨기기 급급"
양 전 회장에 따르면 A교수는 2018년부터 약 4년 동안 학생들에게 인격모독성 발언, 성희롱적 발언, 위계를 악용한 협박성 발언, 노동 착취 등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회장은 "저희와 함께 하고 계신 피해자 분들이 열 분 정도 계시고, 이후 추가 피해 사례 조사에서 스물다섯 분 이상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홍익대 교원징계위원회가 5일 A교수에 대한 해임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사건을 공론화한 지 209일(약 7개월) 만이다.
A교수 측에서 혐의를 계속해서 강하게 부인했고, 학교 측에서도 사건을 은폐하려는 듯 행동해 징계 처분이 늦어졌다는 것이 양 전 회장의 주장이다. 먼저 A교수는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학생들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의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양 전 회장은 "A교수가 한 방송에서 학생들과 학교 외부에서 절대 만나지 않는 것이 철칙이란 발언을 했으나, 늦은 저녁에 학생과 학교 외부에서 스킨십을 나누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며 A교수가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도 ①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말라고 회유하거나, ② 모 부처장은 '사건의 배후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발언했고, ③ 또 다른 부처장은 '사건이 터져서 학교를 홍보하는 데 맥이 빠진다'고 얘기했다고 알렸다. 양 전 회장은 "가해자가 잘못한 건데 사건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조력자와 피해자를 비난한 정말 잘못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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