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업 군인들, 동성 성관계 혐의로 기소돼
대법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군기 침해 아냐"
"성적 자기결정권 제한, 평등권 침해" 판단도
공은 헌재로... 시민단체 "군형법 위헌 판단해야"
동성 군인들 간 사적 공간에서의 자발적 성관계는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부대 밖에서 합의에 따른 성관계가 군 기강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날 대법 판결로 남성 군인들의 성관계 자체만으로도 추행죄에 해당한다는 2008년 판례도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군형법상 추행죄로 재판에 넘겨진 직업군인 A씨와 B씨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
두 사람은 2016년 B씨의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성관계를 두 차례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다른 남성 군인 C씨와도 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았다. 군형법 제92조의6항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으로 기소된 군인은 2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대법 "군기 침해 아니다"...동성애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
1심은 두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군인의 동성 성관계의 경우 부대 밖에서 합의로 이뤄졌다고 해도 추행죄가 적용된다는 이유였다. A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B씨는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 처분를 받았다. 두 사람은 항소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결론은 달랐다. 다수의견을 제시한 대법관 8명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가지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현행 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군인이란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등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혐오에도 철퇴를 내렸다. 대법원은 "동성 간 성행위가 일반인에게 혐오감 등을 일으킨다는 평가는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하며, 국내외에서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적 공간에 대한 군의 무리한 수사도 문제로 지적했다. A씨와 B씨를 기소한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은 2017년 수십 명의 군인들을 상대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는 등 위법 수사를 했다는 사실이 추후에 드러났다. 이에 다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이런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재연 이동원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두 대법관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인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된다"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헌재, 군형법 위헌 판단해야"
시민단체들은 이날 대법 판결을 환영했다.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통해 "언제까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사생활을 법정에서 재판하는 후진적 법률을 남겨둘 것인가"라며 "조속히 위헌을 결정해 부당한 차별로 전과자가 된 성소수자 군인들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군형법 92조 6항 조항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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