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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노벨평화상’ 오르타 재집권… 경제 못 살린 전 정권 추락

입력
2022.04.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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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타 후보, 2배 차이 득표율 압승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선 후보가 21일 수도 딜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선거 승리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딜리=로이터 연합뉴스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선 후보가 21일 수도 딜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선거 승리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딜리=로이터 연합뉴스

동티모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오르타(72) 전 대통령이 62.09% 득표율로 재집권했다.

21일 스트레이트타임스 등 동남아 현지매체에 따르면, 동티모르 국가선거위원회는 "지난 19일 진행된 결선투표 집계 결과 오르타 후보가 39만7,000여 표(62.09%)를 얻으며 승리했다"고 전날 저녁 발표했다. 경쟁자인 프란시스코 구테레스(67) 현 대통령은 24만2,000여 표(37.91%)에 그쳤다. 2배에 가까운 득표로 압승한 오르타 당선인은 한 달 전 16명의 후보와 함께 치른 1차 투표에서도 46.5%로 1위를 기록했다. 오르타는 내달 20일 동티모르 독립 20주년 기념일에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2007년 제2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오르타 당선인이 정치권에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5년간 동티모르 국민의 삶이 고난했기 때문이다. 동티모르인들은 2017년 대선 당시 과거 무장 독립투쟁을 주도했던 구테레스 대통령을 선택한 뒤, 경제적으로 빠른 성장을 기대했다. 구테레스 대통령은 2018년 가스전 사업을 국가적으로 추진하며 먹거리 창출에 집중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 전인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경제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권력형 부패 사건에 연루돼 국민의 신망을 잃었다.

구테레스 대통령과 함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오르타 당선인은 정치성향이 정반대로 다른 인물이다. 그는 독립 전 "비폭력 저항만이 독립을 가져온다"고 주창하며 평화적 투쟁을 선도했다. 20세기 식민지 독립운동의 새로운 표상으로 불렸던 그는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오르타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국민 42%가 빈곤한 삶을 이어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접한 호주 및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동시에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의 7분의 1 크기인 1만4,800㎢ 면적의 동티모르는 136만 명의 인구를 가진 동남아시아 신생국이다.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했지만 이듬해 인도네시아의 27번 째 주로 강제 병합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동티모르는 자국민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극렬한 투쟁 끝에 1999년 8월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 지위를 쟁취했다.

그러나 친(親) 인도네시아 반군의 테러와 민간인에 대한 잔혹 행위가 이어졌고,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사태 해결에 나섰다. 당시 한국도 상록수 부대를 파병하며 동티모르를 도운 바 있다. 국제사회 개입으로 혼란을 수습한 동티모르는 2002년 독립을 선포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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