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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대화채널 ‘급’ 두고 기싸움 벌이던 美中...15개월 만에 첫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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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대화채널 ‘급’ 두고 기싸움 벌이던 美中...15개월 만에 첫 통화

입력
2022.04.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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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스틴- 中 웨이 국방 45분간 통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대만 갈등, 북핵 등 주요 사안에서 엇갈린 입장차만 드러냈다.

로이터통신과 중국 국방부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간)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45분가량 통화했다. 오스틴 장관 취임 후 15개월 만에 이뤄진 미중 군사 분야 고위 당국자 간 첫 소통이다.

우크라이나·대만 등 모든 안보 이슈 엇갈린 입장

오스틴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지원 가능성에 경계감을 나타냈다고 미 당국자는 전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으며,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웨이 부장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모함하고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고 중국 국방부는 전했다. 중국의 대(對)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며,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뜻이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의 대만 수복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 여부가 미중관계의 레드라인임을 거듭 강조했다. "미중 간 경쟁을 관리하기 위한 소통 채널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 이외에 거의 모든 안보 이슈에서 엇갈린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국방장관은 국방부장이 상대하는 게 맞다" 中 입장 관철

양측 간 통화가 1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은 대화 상대의 '체급' 문제를 두고 기싸움을 벌여온 탓이 크다.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부인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쉬치량 부주석을 지목해왔다. 미국 국방장관이 군사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5명 안에도 들지 못하는 웨이 부장이 아닌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어 군부 서열 2위인 쉬 부주석과 대화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관례'를 들어 미국의 이 같은 요구를 번번이 거절했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미 국방장관과 회담한 전례가 드물고, 오스틴 장관과 같은 직책을 갖고 있는 웨이 장관이 동등한 대화 상대라는 입장에서다. 실제 2020년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웨이 부장과 통화를 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도 이 같은 관례가 유지되며 대화 상대를 조정하려 했던 미국의 시도는 일단 좌절된 셈이 됐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통화는 미국 측의 요구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중국 입장이 관철됐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했다.

양국 간 판이한 정치·행정 체계에 따른 '의전 갈등'은 유독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드라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은 지난해 7월 중국 방문을 추진하다 돌연 취소했다. 중국이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 대신 외교부 서열 5위인 셰펑 부부장을 카운터파트로 내세우는 바람에 결국 회담이 결렬됐다는 게 외교가의 전언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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