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지원 줄고 새 정부서 사업 축소 전망
수수료 제로화, 대행사 수입 적정화 '숙제'
인천 지역 가게 17만 5,000여곳(99.8%)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인 '인천e음'. 10% 캐시백, 특정 가맹점 7% 할인 등 파격 혜택을 제공해 가입자가 2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누적거래액이 10조원을 넘어,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지역화폐 중 가장 잘 나가는 결제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인천e음의 앞날이 안갯속에 휩싸였다. 국비 지원액이 반토막나면서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혜택을 줄여야 하는데다, 새 정부에서 지역화폐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2018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인천e음은 4년차인 작년 한 해 거래액이 4조,1556억4,300만 원에 달했다. 지난달 거래액은 4,11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2,920억 원보다 41% 증가했다. 추세로 볼 때 올해도 거래액 4조 원을 쉽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카드와 애플리케이션에 현금을 충전해 쓰는 인천e음의 인기몰이 비결은 결제금액의 일부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이다. 인천시가 캐시백 비율을 한 자릿수(통상 4~6%)에서 10%로 올린 2020년 3월 이후, 서비스 가입자와 거래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재난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시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공공 배달대행(배달e음), 택시호출(e음택시), 기부(나눔e음) 등 부가 서비스를 도입해 인천e음을 하나의 '플랫폼 브랜드'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e음의 높은 캐시백 비율을 뒷받침해온 국비 지원이 올해부터 절반으로 줄면서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비 지원액은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은 1,436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727억 원에 불과하다. 지역화폐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된다는 지적을 받자 정부가 긴축에 나선 때문이다.
앞으로 국비 지원도 불투명하다. 특히 지역화폐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온 추경호 의원이 윤석열 정부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구조조정설까지 나오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역화폐를 '현금살포성 재정 중독' 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이참에 사업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높은 캐시백 지급율을 유지하면서 소상공인 결제수수료를 단계별로 제로화(0%)하겠다는 목표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거래액이 급증하면서 결제수수료 수입을 챙긴 결제대행사만 배불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 축소 등으로 올 하반기 캐시백 지급율을 5% 수준으로 낮추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캐시백 지급율을 차등화하는 대신 결제수수료를 제로화하고 거래액 규모와 운영대행사 수익이 연동되지 않도록 구조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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