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드라마나 영화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예능이 OTT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던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어느덧 예능도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를 받는 시대다. 예능에 대작 드라마와 영화 못지않은 거액의 제작비가 수혈되기 시작했다.
최근 방송가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1에는 약 12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영화로 따지자면 '해적2' '킹메이커' '사냥의 시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액이다. 거액의 제작비는 이병헌 하지원 조정적 조진웅 등 '톱스타 모시기'에 좋은 연료가 됐다. 단발성 출연으로 이뤄지는 톱스타 섭외 비용이 기본 1억 원부터 시작한다는 후문이다.
쿠팡플레이의 과감한 투자 덕분에 'SNL 코리아'는 4년 만 부활에도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지난 20일 기준 'SNL 코리아' 허성태의 코카인 댄스 클립은 유튜브 187만 회를 기록했다. 신혜선 클립 영상은 무려 848만 회를 넘겼다. 또 주 기자의 첫 등장 영상은 744만 회의 성적을 거뒀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기준 쿠팡플레이는 'SNL 코리아' 론칭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65만 명에서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3월에는 337만 명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인 '먹보와 털보'에는 약 60억 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맛에 진심인 비와 노는 것에 진심인 노홍철이 바이크를 타고 전국의 맛과 멋을 찾아 떠나는 로드트립 버라이어티다. 공개 직후 한국의 TOP 10 콘텐츠 1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화제성은 적었다. 특히 김태호 PD의 넷플릭스의 첫 협업 예능이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미미한 반응이 이어졌다.
제작비와 웃음, 꼭 비례할까?
사실 제작비와 웃음이 꼭 비례하진 않는다. 이와 관련 한 방송 관계자는 제작비와 흥행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관계자는 "초반엔 거액 제작비로 주목을 받겠지만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사그라드는 경우도 다수다. 일례로 넷플릭스 예능은 억대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큰 주목을 받고 있지 않다. 설사 화제가 된다 하더라도 유튜브 및 온라인 커뮤니티의 후광 효과가 크다. 제작비가 비교적 적은 편인 '나는 솔로'를 봤을 때 타 데이팅 프로그램에 비해 현실적이라는 특성을 살려 프로그램 고유의 강점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액이 높다는 건 그만큼 정성과 시간을 쏟는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무분별하게 금액을 높여 방송 제작 환경에 혼란을 주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 일침을 가했다.
그간 인기 예능 PD들에게도 제작비에 대한 고민은 늘 존재했다. 앞서 정종연 PD는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2' 관련 인터뷰에서 "시즌이 거듭될수록 힘이 든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제작비를 늘리지 않아야 했다"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흥행 중인 티빙 '서울체크인'에는 초호화 호텔 혹은 여행지가 나오지 않는다. 이효리가 지인들 집 혹은 평범한 숙박 시설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부동의 1위를 수성하면서 자체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종합하자면 제작비는 '환경적 요소'에 가까울 뿐 확실한 흥행 보증 수표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제작비가 풍족하다면 더 완성도 높은 그림이 나올 순 있겠다. 그러나 대중이 예능을 선택하는 이유는 고화질의 영상이 아닌 웃음과 힐링이라는 근본적인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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