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판사들, 과거 판결 검색해 형량 정하니 낮을 수밖에"
"약자 대상 잔혹 범죄에 형량배심제 도입하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동물을 학대하는 '동물 n번방'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가 약한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자신의 '형량배심제'를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동물 학대를 비롯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약자 대상 잔혹 범죄'에 형량이 낮은 것은 기존의 양형을 인용하는 판사들의 '키보드 형량'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동물 n번방 처벌법 도입 논의, 양형 기준 상향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충분치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약자들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만은 유독 형량이 낮은데, 이것은 판사들이 형벌을 낮춰서 선고하는 '양형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사들의 양형 관행을 '키보드 형량'이라고 지칭했다. "형량을 선고하기 전 마지막 단계에서 판사는 자기 사무실 컴퓨터를 켜고 판사들만 접속할 수 있는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 들어간다"며 "유사한 사건들에서 선배·동료 판사들이 이제껏 선고해 온 형량들을 검색하고, 그걸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아 더하거나 빼는 식으로 고민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기존에 선고해 온 형량들이 전체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의 수준에 머물러있을 때,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수준 차이가 너무 현격할 때"라면서 "이럴 때에도 판사들은 과거의 형량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을 거래한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가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은 건과,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1인당 평균 45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는 상황 등을 거론하며, '키보드 형량' 관행이 적용돼 일반적 인식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온 사례로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안으로 '형량배심제'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형량배심제는 국민들이 모여서 마녀사냥 식으로 형량을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시민들, 범죄피해자단체 등이 위원회를 구성해서 형량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그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은 다시 판사가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형량배심제법'을 소개하면서 "형량배심제를 산재사망사고, 디지털성범죄 등에 도입하자는 것인데, 동물보호법위반죄 중 '특별히 잔혹한 행위'에 해당하는 일정 범주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며 "법제사법위원회가 심의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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