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첫 '미투' 사건, 정권 내ㆍ외부 비판 거세
"복권사업 이용 선거자금 마련" 녹취록도 파장
연정, '쁘라윳 총리 불신임안' 재논의 가능성
태국 군사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도덕성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 포함된 인사가 태국의 첫 미투(Metooㆍ권력형 성폭력 고발)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데 이어,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의 최측근은 "복권사업을 이용해 선거운동자금을 모았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집권세력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스캔들로 태국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20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연립여당인 민주당의 쁘린 파니치팍디 전 부대표는 지난 12일 10대 여학생의 폭로를 신호탄으로 전날까지 총 1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로 피고소됐다. 고소인에는 현직 정치인도 포함돼 있다. 당초 "정치적 음모"라며 반발하던 쁘린 전 부대표는 자신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이 늘어나자 당직을 내려놓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파장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여성단체는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엄정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쭈린 락사나위싯 민주당 대표가 전날 대국민 사과를 했고, 사법당국은 쁘린 전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쁘린 사건은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태국 전 부총리의 아들인 쁘린 전 부대표는 부친의 후광을 배경으로 연립정권의 핵심 축인 민주당의 2인자까지 오른 인물이다. 군부 핵심들과 친분이 두터워 차기 총리 후보군에 속한다.
도덕성 문제는 쁘라윳 총리의 측근 그룹에서도 터져 나왔다. 최근 태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 남성이 여성에게 "(쁘라윳 총리의)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사업 이권을 약속하고 1,500만 밧(5억4,000여 만 원)을 구했다"는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후 해당 남성은 '람보 이산'(동쪽의 람보)으로 유명한 총리의 최측근 섹사콜 아따옹 총리실 차관으로 밝혀졌으며, 선거자금 마련 상황을 듣고 있는 여성 역시 연정의 정무담당인 주리폰 신뚜프라이 의원으로 확인됐다.
특히 섹사콜 차관이 쁘라윳 총리로부터 '고액 불법 복권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권을 위임받은 인물이란 점에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태국에서 복권 구입은 일상의 취미일 만큼 흔하다. 이번 스캔들이 정권 퇴진 여론으로 커질 수도 있는 이유다. 방콕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녹취록 파문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면 쁘라윳 총리의 인기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쁘라윳 총리는 '제 식구 감싸기'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죄로 판명되면 처벌받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연정 내부의 불만과 균열도 꿈틀거리는 중이다. 두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총리 불신임안' 카드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연정 일부 의원들은 올 초 총리 불신임안 제출을 위해 내부 연판장을 돌린 바 있다.
태국에서는 내년 총선이 진행된다.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뒤 2019년 총선에서 재집권한 쁘라윳 총리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기 총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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