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3세의 '천재 타자' 이정후(키움)의 기록 시계는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이승엽의 최연소·이종범의 최소경기 900안타(23세 7개월 28일·670경기)를 경신하더니 19일엔 고(故) 장효조의 30년 아성을 깨고 KBO리그 통산 타율 1위에 등극했다. 장효조는 타격의 달인이라 불리며 1980년대를 풍미했던 대타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를 기준으로 통산 타율 순위를 매기는데 이미 고타율을 유지 중이던 이정후는 이날 4타석에 들어서며 3,000타석을 채웠다. 통산 타율 0.339(3,002타석)로 1992년 은퇴한 장효조(0.331)를 2위로 밀어냈다.
이정후는 연내 최연소·최소경기 1,000안타 등 앞으로도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겠지만 그에게 가장 기대가 쏠리는 건 전인미답의 3,000안타 달성 여부다. 현재 통산 최다안타 1위 박용택(2,504개)을 비롯해 19일 이용규(키움)까지 15명의 타자가 2,000안타까지는 돌파했지만 3,000안타는 언감생심이었다. 메이저리그는 3,000안타 클럽이 32명, 일본은 장훈(3,085개)이 유일하다. KBO리그는 과거 미국, 일본보다 경기 수가 훨씬 적어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현재의 팀당 144경기 체제로 확대되면서 가능성이 생겼다. 데뷔 시즌부터 특출한 재능을 뽐내며 신인왕을 차지한 이정후는 5년 동안 단 한번의 부침 없이 매 시즌 160안타 이상을 때려냈다. 고졸이라는 이점에 불같은 현재의 페이스를 대입하면 이정후는 수많은 레전드들이 40대까지 뛰면서도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던 3,000안타 고지를 30대 중반에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에겐 해외진출이라는 큰 꿈이 있다. 그는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한다면 이정후는 7년차를 보내는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한 해외 진출 자격을 얻고, 8년차인 2024시즌 후엔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벌써부터 일본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정후는 "일본보다 미국이 내 타격 스타일에 맞을 것 같다"며 "실패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후가 포스팅을 통한 미국 도전을 결심한다면 키움은 포스팅 비용을 챙길 수 있다. 반면 선수 입장에선 1년을 더 미뤄 제대로 협상할 수 있는 FA로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어찌됐든 이정후는 3,000안타도 좋지만 스즈키 이치로처럼 더 큰 무대에서 최고가 되길 원하고 있다. 이치로는 오릭스에서 9년 통산 1,289안타를 친 뒤 태평양을 건너 메이저리그에서만 3,089안타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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