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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큰돌고래 '태지', 결국 돌고래쇼장 보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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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큰돌고래 '태지', 결국 돌고래쇼장 보내지나

입력
2022.04.21 17:00
수정
2022.04.21 21:01
0 0

호반그룹 소유 퍼시픽리솜, 돌고래들 방출 결정
거제씨월드 개장 이래 돌고래류 11마리 폐사
동물단체 "씨월드 방출 막고 비봉이 방류 고민해야"

퍼시픽리솜이 돌고래 태지(왼쪽 사진)를 보내려고 하는 거제씨월드 내 벨루가 등에 사람이 올라탄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캡처

퍼시픽리솜이 돌고래 태지(왼쪽 사진)를 보내려고 하는 거제씨월드 내 벨루가 등에 사람이 올라탄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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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이 보호 중인 돌고래 세 마리를 경남 거제시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로 반출하려 하고 있다. 제주지역 8개 시민단체는 21일 제주시 문연로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 학대 시설인 거제씨월드로 돌고래를 보내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퍼시픽리솜에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큰돌고래 '태지', '아랑이'가 있다. 비봉이2005년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후 쇼 돌고래로 살아왔다. 태지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로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 방류 이후 수족관에 혼자 남게 되면서 2019년 쇼에 동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퍼시픽리솜에 기증됐다. 아랑이는 2013년 일본에서 수입된 개체다.

"'고래' 무덤 거제씨월드로의 반출만은 막아야"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호반그룹은 2017년 퍼시픽랜드를 인수하고 해당 부지에 숙박시설 신축 계획을 세웠다. 퍼시픽리솜은 지난해 12월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돌연 일부 언론을 통해 돌고래 세 마리를 야생으로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돌고래 세 마리의 서식 환경과 특성, 개체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방류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방류 계획을 취소했다. 이후 태지를 기증한 서울대공원의 중재로 동물단체들과 돌고래들의 처우에 대해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서 동물단체들은 호반그룹에 '바다쉼터(돌고래 보호시설)'를 만들 것을 요구했고 호반그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돌고래쇼 도중 비봉이가 사육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쇼 도중 비봉이가 사육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동물단체들은 거제씨월드2014년 개장 이래 11마리의 돌고래와 흰고래(벨루가)가 폐사한 곳이라며 돌고래 반출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거제씨월드에서는 2015년 이후 매년 돌고래 폐사가 반복되고 있다. 2020년에는 사람이 벨루가 등 위에 올라타 수영장을 도는 체험프로그램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고, 시설 폐쇄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지금도 벨루가와 큰돌고래를 타는 것 이외에 만지기, 입 맞추기는 물론 강도 높은 공연까지 이뤄지고 있다.

거제씨월드 돌고래류 폐사 현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거제씨월드 돌고래류 폐사 현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핫핑크돌핀스, 제주비건 등 제주지역 단체들은 "비봉이와 태지, 아랑이는 모두 해양수산부가 정한 해양보호생물"이라며 "관련 법을 근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이들의 반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양생태계의보전및관리에관한법률 제42조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을 타 시설로 반출할 경우 해수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동물원및수족관의관리에관한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휴∙폐원 신고 시 제출된 보유 생물 관리 계획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동물원 또는 수족관 운영자에게 시정 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비봉이는 야생방류 검토... 서울대공원도 적극 나서야

지난해 6월 제주 마린파크에서 죽기 직전까지 만지기 체험에 동원됐던 화순이. 카라 제공

지난해 6월 제주 마린파크에서 죽기 직전까지 만지기 체험에 동원됐던 화순이. 카라 제공

동물단체들은 호반그룹 측에 바다쉼터 건립과 함께 비봉이의 경우 야생 방류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절하고 신중한 야생 적응 절차를 거치면 제주 연안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성공적으로 합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또 태지를 기증한 서울대공원 측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서울대공원은 소유권이 넘어갔다는 이유로 호반그룹이 태지를 체험시설로 보내는 걸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대안 마련에 나서는 등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다쉼터가 건립돼 그곳으로 돌고래들을 보낸다 해도 최소 2, 3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돌고래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시설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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