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聯 "20일부터 공사 중단"
레미콘업체도 생산 중단 시사...파장 확대 가능성
자잿값 상승분 반영 시 분양가 인상도 불가피
건설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셧다운)이 결국 현실화됐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도산 위기를 호소하며 일부 지역에서 셧다운을 예고했고 시멘트업계도 생산 중단을 시사했다. 분양가 인상 및 다른 업종의 연쇄 셧다운 등 국민 생활 전반을 뒤흔들 '원자재발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더는 감당 못해" 자잿값에 짓눌린 단체행동 본격화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20일부터 공사 현장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호남·제주 연합회 소속 업체는 51개로 약 80곳의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강성진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고문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잿값 상승으로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계약 파기가 공사를 하는 것보다 나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연합회는 20일 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21일까지 원청사와 연합회 간 단가 조정 협상을 주선해달라고 광주시에 요구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건설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은 지난해 3월 톤당 75만 원에서 올해 112만 원으로 49.3% 상승했다. 시멘트도 지난해 7월 톤당 7만8,800원에서 올 2월 9만3,000원으로 올랐고 앞으로 추가 인상까지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적 원자잿값 급등의 여파다.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보다 무려 256%나 뛰었다. 원유도 지난달 11일 기준 배럴당 109.33달러로 66% 상승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달부터 건설 성수기인데 자재수급 부담으로 공사 중단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잿값 폭등의 파장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레미콘업계 또한 부담에 못 이겨 납품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건설사에 레미콘 납품가 인상을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며 "이달 말까지 아무 응답이 없으면 수도권 업계는 레미콘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회장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업체는 210여 개에 달한다.
분양가 인상 압력 등 파장 어디까지 미칠까
자잿값 인상이 공사비에 반영된다면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관계자는 "당초 우리도 셧다운을 계획했지만 18일 오후 간담회에서 현대건설이 공사비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해서 철회했다"고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가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인상된다면 발주처, 시행사 협의를 통해 차후 분양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건축자재, 노무비 등 가격 변동을 고려해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보다 2.64% 올린 3.3㎡당 706만 원으로 책정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활용되는데,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자잿값 인상분 반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로 수익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잿값 인상까지 감수하면 수익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인상분이 건축비에 반영될 9월까지는 건설사들이 발주나 분양을 미룰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정부에 자잿값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공사가 중단되면 공사 기간을 연장하게끔 정부 차원의 지침을 시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사가 멈춘다면 발주자, 원도급사, 하도급사 모두 손해"라며 "계약 당사자 간 조속한 협의를 통해 손실을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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