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당분간 초강세 예상
공급난에 기름값도 함께 뛸 듯
정유업계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매주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석유제품 수요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수요는 솟구치는데 최근 국제유가 역시 강세로 돌아선 터라 기름값도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내달 1일 시행하는 유류세 30% 인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치솟는 정제마진…왜?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8.2달러를 찍었다. 22년 만에 나온 신기록이다. 지난 1월 배럴당 6달러 수준이었던 정제마진은 지난달부터 매주 기록을 경신하며 세 배 넘게 뛰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다시 휘발유, 경유 등으로 만들어 판다. 들여온 원가(원유가격·수송비 등)보다 비싼 값에 제품을 팔수록 돈을 버는데, 이를 정제마진(제품가격-원가)이라고 한다. 정제마진이 높다는 건 비싼 값에도 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정제마진이 치솟는 일차적 배경은 상당히 빠듯한 석유제품 수급 상황이다. 통상 1~4월은 석유제품 비수기인데, 최근엔 각국이 코로나19 국면을 끝내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디젤차가 많은 유럽은 러시아산 경유 수입 비중이 15%에 이르는데,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수입물량을 줄이자 수급난 우려로 경유 가격이 그야말로 초강세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지난달 자국 국영석유기업에 이달부터 수출금지 권고를 내린 것도 잠재적 공급난을 키웠다. 국제유가는 아직 최대치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이런 요인들이 맞물리며 일부 국가의 석유제품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이 됐다.
사우디 사상 최고 웃돈 붙여 장사…불안한 국제유가
업계에선 당분간 정제마진이 초강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대세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이 비축유를 대거 방출하며 국제유가 잡기에 나섰지만 도리어 국제유가 변동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전날보다 배럴당 1.46달러 상승해 지난달 말 이후 다시 113달러선에 올라섰다. 아프리카 1위 원유 매장국인 리비아가 반정부 시위로 자국 내 최대 규모 유전 한 곳을 폐쇄한 여파다.
주요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는 다음 달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사상 최고 수준인 배럴당 10.9달러나 인상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막히면서 각국의 수요가 사우디로 몰리자 배짱 영업에 나선 것이다. 세계 3대 석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공급물량이 갈수록 줄고 내달부터 석유 수요가 피크 시즌에 돌입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유가는 다시 널뛸 가능성이 크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급등으로 올 1분기(1~3월)에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유국이 원유에 웃돈을 붙여 팔아 실제 마진은 3, 4달러 수준인 데다 기름값 강세로 수요가 꺾여 마진이 줄면 그간의 이익이 바로 반납돼 지금 상황이 무조건 호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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