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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 두고 고민 깊어지는 삼성전자...경쟁사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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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 두고 고민 깊어지는 삼성전자...경쟁사 눈치만

입력
2022.04.20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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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15%, 네이버 10%, LG전자도 8.2% 인상
SK하이닉스는 5월부터 임금협상 시작
인재 유출 우려에 길어지는 임금협상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 뉴스1

국내 정보기술(IT) 전자업계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장기화될 조짐이다. 노사 양측의 뚜렷한 입장 차이만 확인된 가운데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은 처음으로 4월을 넘길 전망이다. 이미 두 자릿수대 임금 인상률로 협상을 마무리한 네이버나 카카오의 행보와는 대조된 모습이다.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삼성전자 경영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 측과 사용자 측의 입장 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열린 삼성전자 노사협의회에서는 사측이 기본급 4% 인상을 제안한 반면 근로자 위원들은 두 자릿수대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에선 매년 2~3월 기간에 연봉 인상률을 합의해 발표해왔다. 삼성전자 노사 양측이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들의 임금협상도 지연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수혜 입은 인터넷 기업 파격적 임금 인상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진 배경엔 IT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인재난과 더불어 형성된 고임금의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본 IT업계 내부에선 잇따라 고연봉 제시와 함께 인재 쟁탈전이 한창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SW) 핵심 개발 인력의 경우엔 속된 말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카카오에선 올해 임직원 연봉 총액을 15%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증가 폭(6%)의 2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7%로 책정했던 임직원 연봉 재원을 올해엔 10%로 올릴 예정이다. LG CNS와 LG이노텍의 경우엔 각각 직원 급여를 평균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미 판교발 연봉 인상 릴레이가 벌어진 양상이다.

반도체업계 동향도 삼성전자에겐 고려해야 될 사안이다. 당장, 현재 대대적인 경력직 채용에 나선 SK하이닉스의 연봉 인상률에도 신경이 쓰인다. 유사 제품을 생산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 사이에서 임직원들의 이직은 빈번하다. 이에 특정 회사가 먼저 특별보너스 등 성과급을 지급하면 다른 업체도 유사한 수준에서 지급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SK하이닉스는 보통 4~5월 중 임금협상에 들어간다.

심지어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전문 업체 DB하이텍도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14.3% 인상해 삼성전자와 동급으로 맞췄다. 게다가 반도체 개발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중국 업체나 새롭게 파운드리에 뛰어든 인텔 등 해외 기업들의 달콤한 이직 제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개발, 제조 직군 섞여 있고 품목도 다양...일괄 인상 어려워"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업 특성상, 인터넷 기업이나 SK하이닉스처럼 일괄적으로 두 자릿수대 인상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제품을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분야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자 중심의 네이버, 카카오나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SK하이닉스에 비해 임금 구조가 복잡하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기본급 대비 인센티브 등 성과급 비중이 높은 만큼 기본급 일괄 인상의 여파도 감안해야 된다. 11만 명 이상의 임직원 연봉을 10% 올려줄 경우 돌아올 인건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연봉킹' 자리를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등 인터넷 기업에 내주게 되면서 취업 준비생들도 판교 인터넷 기업을 더욱 선호하게 됐다"며 "SK하이닉스까지 보상 수준을 높이면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삼성전자 경영진의 고민은 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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