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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자전거놀이’ 10대 사망 사건… 말레이 vs 화교 갈등에 불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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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자전거놀이’ 10대 사망 사건… 말레이 vs 화교 갈등에 불붙였다

입력
2022.04.19 15:33
수정
2022.04.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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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화교여성 1ㆍ2심 무죄에 말레이계 발끈
재항소심 징역 6년, 이번엔 화교계 집단행동

말레이시아 청소년들이 일반 도로에서 '바시칼 라작'으로 불리는 자전거놀이를 즐기고 있다. 뉴스트레이트타임스 캡처

말레이시아 청소년들이 일반 도로에서 '바시칼 라작'으로 불리는 자전거놀이를 즐기고 있다. 뉴스트레이트타임스 캡처

2017년 2월 18일 새벽 3시 20분. 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의 고지대에 10대 청소년 8명이 자전거를 들고 모였다. 브레이크와 조명이 없는 이들의 자전거는 안장과 핸들의 높이가 비슷하게 맞춰진 독특한 모양을 지녔다. 당시 현지에서 유행하던 '바시칼 라작' 놀이를 위해 개조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은 안장에 배를 올리고 핸들을 두 손으로 잡은 뒤 마치 '슈퍼맨'의 비행 모습을 취하며 까마득한 내리막 도로를 질주했다.

같은 시간 말레이계 화교 여성 A(27)씨는 자신의 차로 도로를 무심히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핸들을 튼 순간, 8대의 자전거가 시야에 갑자기 들어왔고 대응할 틈도 없이 그들과 충돌했다.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자전거를 탔던 아이들은 현장에서 모두 사망했다. A씨는 이후 주행 중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슈퍼맨 자전거놀이 사망 사건'을 맡은 1ㆍ2심 재판부는 지난 2019년과 2021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모두 "술을 마시지 않은 정상적 상태에서 새벽에 언덕 길을 오르던 A씨가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자전거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긴 힘들었다"며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힐 정도로 위험하게 운전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도 입증된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도로안전연구소의 사고 당시 주행기록 판독 결과, A씨의 차는 시속 44.5~75.9㎞의 규정 속도로 운행됐고 운전 중 휴대전화 이용 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슈퍼맨 자전거놀이 사망 사건' 가해자로 기소된 화교 여성 A씨가 지난 18일 보석허가를 받고 법정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더스타 캡처

말레이시아 '슈퍼맨 자전거놀이 사망 사건' 가해자로 기소된 화교 여성 A씨가 지난 18일 보석허가를 받고 법정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더스타 캡처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인구 69%를 차지하는 주류 말레이계(부미뿌뜨라)의 생각은 달랐다. "돈 많은 화교라 무죄를 받았다"며 이른바 '유전무죄' 이유를 들어 거세게 재판부를 공격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거주 화교는 인구의 23%에 불과하지만 현지 경제를 대부분 장악한 상태다. 결국 여론에 떠밀린 검찰은 재항소를 결정했고, 재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6,000만 원을 선고한 뒤 그를 법정구속했다.

이번에는 화교들이 격분했다. 이들은 "사실관계가 분명한 사건임에도 재판부가 화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반해 판결을 뒤집었다"며 국민청원 절차에 돌입했다. 19일 현재 160만 명이 동의한 청원 운동은 10여 개 화교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화교계 야당 역시 A씨에 대한 법률 지원을 약속하며 정면 대결을 시사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재항소심 재판부는 전날 A씨에 대한 보석을 부랴부랴 허용했다. 일단 여론부터 진화한 뒤 추가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다.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1969년부터 부미뿌뜨라에 대한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화교의 경제 장악에 맞서기 위해선 정치ㆍ사회 권력이라도 부미뿌뜨라에 몰아줘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도 말레이시아 정부는 대학 입시와 공무원 채용 등에 부미뿌뜨라 쿼터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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