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리 역전기에는 증시서 '자금 이탈'
대외 여건 따라 주가 방향은 달라져
올해 대외 여건 안 좋은 2018년과 비슷해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긴축 여파에 대한 우리 증시의 경계심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한국 경제 기초가 튼튼해, 대규모 자금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이탈 때문에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과거 금리 역전기에는 상황에 따라 대규모 자본 이탈이 있었던 만큼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美 고강도 긴축 예고에... 금리 역전 우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5월 3~4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준이 연내 두 차례 빅 스텝을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현재 0.25~0.5%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머지않은 시점에 한국(1.5%)을 웃돌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외국인 자금의 집단 이탈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역전이 현실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양적긴축까지 본격화되면 신흥시장으로 흘러갔던 자금의 미국 귀환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금융시장 여건은 양국의 금리 수준뿐 아니라, 경제 여건, 대내외 변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만큼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한미 금리가 역전될 소지가 있고, 역전 폭이 크거나 장기간 벌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국내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본유출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2020년 역전 때 코스피 20% 하락
하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안심만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시기는 2005년 8월~2007년 8월(25개월)과 2018년 3월~2020년 2월(24개월) 총 두 차례다.
두 차례 모두 증시 기준으로만 보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발생했다. 다만 2005~2007년에는 미국 기업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 데다, 약달러(원화 가치 상승)와 시중 유동성 증가 등이 호재로 작용해 코스피는 오히려 70%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2018~2020년 금리 역전기에는 이런 대외적인 요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코스피는 20% 넘게 하락했다. 당시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수출이 얼어붙고 소비가 침체되면서 저성장 우려의 한복판에 놓여있었다. 문제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2018~2020년 때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결국 금리 역전기 외국인 자본 이탈은 불가피한 것인데, 대외 요건도 좋지 않아 올해 한미 간에 금리가 또 역전된다면 증시에는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현재와 당시 경제 상황이 비슷하다"며 "금리가 역전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은 시장에서 이탈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은 기축통화가 아닌 사실상 위험 시장에 외국인들이 유입될 여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올해 미국이 높게는 3%대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 금리 차(1%포인트)도 긴장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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