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정의당 의원,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토론회
동물학대 판단할 수의법의학센터 기구 만들어야
동물 학대 여부,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한 동물 부검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확한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학대 여부 판단 검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만 실시하는데 법의학 전문가와 전담조직이 없어서다. 이에 동물 학대 여부를 신속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수의법의학센터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학대 대응을 위한 수의법의학 전문인력 양성 및 전문조직 신설 토론회'에서는 늘어나는 동물 학대를 입증하고 학대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의법의학을 활용한 동물 부검의 중요성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수의법의학은 동물과 관련된 범죄 수사나 사법재판상 필요한 각종 증거물에 대해 수의학적 감정을 하는 응용수의학의 한 분과다. 즉 수의학적 진단과 부검을 통해 학대와 사망과 관련 인과관계와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수의법의학적 진단 민원 늘지만 전담부서 부재
토론회 발제를 맡은 구복경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장은 "동물 학대로 의심돼 검역본부에 수의법의학적 진단을 의뢰하는 민원이 2019년 102건에서 지난해 22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최근 동물보호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반려동물 부검 근거가 마련된 만큼 올해는 부검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제41조에 따르면 동물 학대 신고자나 신고‧통보를 받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도 가축방역기관장 또는 국립가축방역기관장에게 해당 동물의 학대 여부 판단 등을 위한 동물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
구 과장은 "수의법의학적 진단 수요는 매년 급증하지만 전담 부서는 부재하다"며 "현재 검역본부 내 소∙돼지 등 산업동물 진단부서인 질병진단과에서 해당 업무를 겸업하고 있어 반려동물 민원이 증가하면 산업동물 진단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동물 학대 사인 규명을 위해선 검역본부 질병진단과, 동물위생시험소, 수의대학 병리실험실 등에 의뢰해 부검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들 기관이 가축전염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병성 감정'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사인을 규명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역본부는 중독사가 의심되는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독극물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하지만 인체 위주의 약독물 검사에 한정돼 동물에 치명적인 독극물 검사에는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좌상이나 흉기에 의한 손상, 골절 등 영상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근 동물병원에 검사를 의뢰하는 실정이다.
구 과장은 "수의법의학센터 기구를 만들어 육안 검사 및 범죄와 의료 분쟁 관련 부검 등 사법부검, 병원체 검사, 영상 진단, 반려동물 맞춤형 독극물 검사 등 원스톱 진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역본부, 수의과대학, 지자체,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간 공조·협조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역본부∙국과수∙경찰청 등 긴밀한 공조체계 갖춰야
토론자들은 동물 학대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검역본부와 국과수, 경찰청 등이 긴밀한 공조‧협조 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순영 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 경감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검역본부가 사법부검을 수행할 책무를 갖게 됐다"며 "입법에 관한 후속 조치로서 수의법의학적 진단에 관한 절차를 정비하고, 조직·인력 등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독성학과장은 "검역본부가 국과수 등 타 기관의 관련 법과학 분야와 협업체계를 구축하면 예산·인력 절감 및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검역본부 기관의 성격이 수의학을 전담하는 기관이 아니고, 법의학에 특화된 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아 우려가 많다"며 "조직 구성을 확실히 하고 국과수 등 기존 조직과의 협업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수의법의학센터 신설을 통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동물과 사람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은 "증거 불충분, 단서 없음으로 범인을 잡지 못하거나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일이 없도록, 동물학대자들이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하기 위해 수의법의학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방안들이 구체화하도록 정책적, 입법적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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