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류득곤 경북 포항북부소방서장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소방인력이 출동해 어렵게 끈 불 대부분은 '설마'하는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도내 화재 사고 2,849건 중 절반에 달하는 1,346건(47.2%)이 부주의였다.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은 508건(17.8%),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례가 409건(14.4%)이었다.
대체로 어떤 불씨를 다루다 방심해 큰불로 이어진 걸까. 가정에서는 가스레인지 등 가전제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불이 나는 경우가 많다. 공사 현장이나 사업장은 용접이나 절단 작업을 하면서 조심하지 않아서다.
지난 1월 소방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는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지난 2020년 4월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 역시 용접 작업 중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용접 작업에는 안전감독자를 지정해야 하고 작업장 주변 5m 이내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또 10m 이내 가연물을 제거하거나 방지포 등으로 방호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더구나 처벌 과정에도 문제가 많다.
현재 용접이나 용단(가스절단) 작업 중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법령 규정은 소방기본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찾을 수 있다.
소방기본법 시행령 제5조에는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은 용접 및 용단작업 중 화재를 발생시킨 관계자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1인에게 2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근로자를 고용해 2인 이상 일하는 작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제 38조 및 제168조에 따라 처벌 받는다. 관련 규정에는 사고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하도록 돼 있고, 이를 위반한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2인 이상 사업장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 받지 않을 때가 많다.
최근 3년간 포항지역에서 일어난 용접 부주의 화재 사건 26건을 분석한 결과, 1인 사업장에서 일어난 11건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야 할 2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16건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똑같이 용접 부주의로 불을 냈으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고, 2인 이상 작업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셈이다.
다수가 일하는 사업장일수록 불이 났을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2인 이상 사업장도 용접 부주의로 화재가 나면 소방기본법의 취지에 맞게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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