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르완다에 2000억원 주고 난민 이송할 계획
NYT "서방 강대국, 세계적 약속 저버려" 힐난
“서방 강대국들이 세계적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꺼내 든 ‘난민 르완다 이송’ 계획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자국에서 안전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은 다른 국가에서 피난처를 찾을 수 있다’는 세계 난민 협약의 취지가 완벽하게 실현된 적은 없지만, 최근 서방 강대국의 움직임을 보면 난민에 대한 배척이 극단으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돈으로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인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NYT는 17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망명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려는 영국의 새 계획은 세계 난민 협약의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짚었다. 앞서 14일 영국 공영 BBC방송 등은 존슨 내각이 영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모든 난민을 르완다로 보내는 방안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며, 대신 르완다는 이들을 수용하는 대가로 1억2,000만 파운드(약 1,931억 원)를 지급받는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바다를 묘지로 만드는 비열한 인신매매꾼들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정책 자체가 난민 혐오에 근거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존슨 총리는 “영국 납세자들에게 (난민 관련) 비용을 모두 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은 난민을 받지 않으니 르완다로 가라’는 얘기다.
르완다가 선택된 이유에 대해 스카이뉴스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라며 “존슨 총리는 르완다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 르완다가 영연방 국가여서 영국과 관계가 돈독하다는 이유도 제시됐다. 영국 정부는 가나, 알바니아와도 ‘거래’를 시도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난민 재배치’를 영국에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서방이 난민 문제를 우회하려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YT에 따르면 호주는 2011년부터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 등 이른바 ‘수용소 군도’에 난민을 보내왔다. 미국도 1991년 아이티 망명자들을 쿠바 관타나모로 보낸 바 있다. NYT는 “최근 들어 난민에 대한 인식이 더욱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는 우파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의 득세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등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서방이 난민 문제를 다루면서 ‘유럽인’과 ‘비유럽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스테파니 슈워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 교수는 “영국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는 집을 제공하겠다면서 다른 난민들은 아프리카로 보낸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뻔뻔함”이라면서 “난민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암묵적인 발표”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의 난민 재배치 계획은 각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 유엔난민기구(UNHCR)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성공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도 부활절 강론에서 “망명 신청자를 해외로 보내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부른다”며 “우리의 책임을 하청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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