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단말기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
"디지털청, 디지털 정책 조율 기능 못해"
일본 정부가 ‘마이넘버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신분증)' 가입을 늘리기 위해 건강보험증 기능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는 경우 7,500엔(약 7만3,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주는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인책이 정작 실제로 사용할 경우 병원 진찰료가 비싸진다는 사실이 확인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제도를 총괄해야 할 일본 정부 디지털청이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일본의 마이넘버카드는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인증서 기능이 들어 있는 일종의 디지털 신분증명서다. 사전에 비밀번호 등을 등록해 발급받는 방식으로, 은행 등 오프라인 창구는 물론 온라인에서도 비대면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청·발급 방법이 번거롭고 사용처도 편의점에서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를 떼는 정도에 그쳐 발급률이 낮은 편이다. 디지털화가 더디다는 비판을 받아온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 대국민 홍보를 해왔지만 이달 1일 기준 총무성이 공표한 마이넘버카드 교부율은 43.3%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마이넘버카드 발급과 활용을 늘리기 위해 ①카드 신청·발급 ②건강보험증으로 이용 신청 ③정부 지급금 수령 계좌 등록 등의 과정을 거치면 각각 5,000엔, 7,500엔, 7,500엔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세 가지를 모두 신청하면 총 2만 엔(약 19만5,000 원)을 받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마이넘버카드의 건강보험증 기능을 등록한 뒤 병원에서 실제 사용하면 초진 21엔, 재진 12엔의 진찰료가 추가 부과되는 사실이 알려졌다. 본인인증 시 사용되는 단말기를 의료기관이 설치·사용 때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한다며 후생노동성이 병원에 주는 진료 수가를 높였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이나 정부가 부담해야 할 단말기 사용료를 마이넘버카드 사용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런 사실은 연초 후생노동성 심의회에서 단말기 보급을 촉진하겠다며 결정됐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3월이 지나서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뒤늦게 내용을 파악한 디지털청이 총리 관저와 협의했지만 후생성은 “병원 등의 설비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며 수가 및 진료비 인상을 밀어붙였다. 신문은 “디지털청은 디지털 행정의 사령탑을 맡아 타 부처에 권고하는 등 강력한 권한이 기대됐으나, (후생성의) 기득권 배려가 이를 가로막았다”며 지난해 9월 설립된 디지털청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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