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대중음악 축제 중 하나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깜짝 무대로 전 세계 K팝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16년 해체한 4인조 여성 그룹 투애니원(2NE1)의 재결성 공연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펼쳐진 것이다. 미국 내 아시아계 가수들이 다수 소속된 레이블인 '88라이징'의 공연에 초청된 투애니원 출신 가수 씨엘(CL)이 다른 세 멤버를 불러모아 성사된 무대였다. 네 멤버가 모두 모여 공연한 건 무려 6년 4개월 만. 히트곡 '내가 제일 잘나가' 단 한 곡뿐인 짧은 공연이었지만, K팝의 중심이 한국이 아닌 글로벌 무대로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88라이징 무대에선 씨엘과 투애니원 외에도 가수 윤미래와 그룹 갓세븐 멤버였던 홍콩 출신 잭슨 왕도 공연했다. 하루 앞서 힙합 그룹 에픽 하이는 코첼라에서 두 번째 공연을 펼쳤다. 같은 날 한국 출신 유명 DJ 페기 구도 공연했다. 공식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건 에픽 하이와 페기 구 둘뿐이었지만 코첼라 역사상 가장 많은 한국 가수가 무대에 올라 한국 대중음악의 저력을 과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이 속도를 내고 해외 오프라인 공연 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K팝 가수들도 속속 해외 투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간 전 세계 K팝 팬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8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네 차례의 공연을 열어 62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실제 공연장을 찾은 관객 20만 명에 온라인 관객 42만 명을 더한 수치다. 소속사 하이브에 따르면 얼리전트에서 네 차례에 걸쳐 단독 콘서트를 열고 4회 공연으로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가수는 스타디움 개장 이래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여성 그룹 트와이스도 뜨거운 관심 속에 월드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트와이스는 지난 2월 미국 주요 도시에서 다섯 차례 공연하려 했는데 추가 공연 요청이 이어지면서 2회 콘서트를 추가했고 다음 달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앙코르 콘서트도 열기로 했다. 모든 공연은 매진됐다. K팝 걸그룹 가운데 북미 지역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건 트와이스가 처음이다.
최근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제2의 BTS' 자리를 노리고 있는 스트레이 키즈는 2019년 월드 투어 이후 2년 5개월 만에 다시 해외 콘서트 투어에 나선다. 우선 세 차례의 서울 콘서트에 이어 일본과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7월 말까지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룹 에이티즈는 유럽 공략에 나선다. 23일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등에서 총 아홉 차례 현지 팬들과 만난다. 몬스타엑스도 내달 21일 미국 뉴욕 공연을 시작으로 6월 11일 LA 공연까지 총 9회 북미 지역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NCT127은 내달 22일 일본 나고야를 시작으로 28, 29일 도쿄돔, 6월 25, 26일 오사카 쿄세라돔 등 3개 도시에서 총 5회에 걸친 돔 투어를 연다. 남미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혼성 그룹 카드는 7월 칠레와 멕시코 공연에 이어 브라질 등에서 남미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K팝 페스티벌도 곳곳에서 열린다. CJ ENM은 3년 만에 한국 문화 축제인 케이콘(KCON)을 여는데, 내달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 도쿄와 미국 시카고에서 사전 행사인 ‘케이콘 2022 프리미어’를 연 뒤 LA와 도쿄에서 정식 행사를 개최한다. 내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럽 내 최대 규모의 K팝 축제 'K팝플렉스'가 열린다. 몬스타엑스, 원어스, (여자)아이들, 드림캐처, 아이브, 카이, NCT 드림, 엔하이픈 등이 4만여 현지 관객과 만난다. 영국 런던에선 7월 아스트로, 원어스, 에버글로우, SF9, 크래비티, 화사 등이 출연하는 '한류팝페스트'가 열린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K팝 해외 공연 관람객 규모가 28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43% 수준이다. 그러나 매출액은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예로 들며 미국 내 콘서트 수요가 크게 늘었다면서 관객 한 명이 쓰는 비용도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국내 K팝 기획사의 한 임원은 "방탄소년단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 등으로 인해 지난 2년간 미국과 유럽, 남미의 K팝 팬들이 크게 늘어났고 씀씀이도 커진 것으로 확인된다"며 "코로나19 재확산 같은 변수만 없다면 올해 해외 K팝 시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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