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률 94.5%로 2019년 공사비 증액 안건 취소
조합vs시공사 강대강 대결...분양 일정 안갯속
갈등 장기화될수록 조합원 부담 가중 전망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지난 15일 예고대로 공사 중단에 돌입하자 재건축조합은 이튿날 공사비 증액을 무효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강대강 대립 속에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 재개나 일반분양 시점 등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17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전날 총회를 열어 2019년 임시 총회에서 가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을 취소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원 4,822명(서면결의 4,575명) 중 4,558명이 안건에 찬성해 94.5%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전 조합 집행부가 자재 고급화,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2019년 임시총회를 거쳐 시공단과 2020년 6월 공사비를 2조6,708억 원에서 3조2,294억 원으로 늘리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무효화한 것이다. 현 조합 집행부는 "사업시행자는 검증이 완료된 후 검증보고서를 총회해서 공개해야 하지만, 전 집행부는 2019년 임시총회에서 공사비 증액이 반영된 계약서를 안건으로 상정·의결해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 절차를 위반했다"고 안건 제안 사유를 밝혔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공사도급변경계약이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조합과 공사비 갈등을 빚어 온 시공사업단은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외상 공사를 더는 할 수 없다며 지난 15일 공사를 전면 중단한 채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52%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계약 해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일반 조합원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일반분양 일정이 연기되면 조합원 분담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계약을 해지할 시 시공사업단의 연대보증으로 받은 7,000억 원의 사업비 대출도 조합이 갚아야 한다. 대출 만기 시점은 올해 7월이고 현재 조합원은 6,151명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사 중단의 승자는 없고,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둔촌주공 입주가 늦어지면 서울 아파트시장 불안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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