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인 방위비를 5년 안에 2% 이상으로 늘리자고 정부에 제언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군사력 확장과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이라는 기존 환경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하면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2%대로 올리면 예산 규모로 보면 세계 3위의 군사대국이 된다. 하지만 평화헌법상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제외하더라도, 세계 최고수준의 정부 부채를 안고 있는 재정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요미우리신문과 NHK 방송 등은 일본 정부가 연말까지 추진 중인 안보전략 3개 문서 개정과 관련,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가 이달 말 제출할 제언의 초안에 GDP 2%이상 방위비 확보를 “5년간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은 동아시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며 “방위력 강화는 잠시의 유예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적시됐다.
일본 방위비는 GDP의 1% 전후에서 결정돼 왔다. 아베 신조 정권 이후 점차 증가했으나 2022년도 예산에 약 5조4,000억 엔이 책정돼 1%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방위비가 GDP의 2%인 약 11조 엔이 되면, 군사력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가 세계 GDP 순위와 같게 된다.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다. 2020년 세계 9위에서 단번에 6계단을 뛰어오르는 것이다. 일본체육대학의 시미즈 마사히코 교수(헌법학)는 최근 도쿄신문에 “방위비를 GDP 2%까지 늘리면 자위대가 ‘군대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고, 헌법 위반을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재정 면에서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방위비 증가분을 전액 증세로 마련할 경우 소비세를 2%나 더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30년 만의 물가 상승으로 소비세 인하 요구가 커지는 와중에 증세안을 내놓기는 정치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기도 쉽지 않다.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2021년 시점에서 GDP 대비 256%로, 미국(133%), 영국(108%)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방위비를 늘리려면 그만큼 다른 지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재정의 상당 부분이 복지비 지출로 나가는 초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방위비 증강을 위한 복지비 지출 삭감을 국민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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