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신작 '야차'에서 검사로 액션 연기
대기만성. 배우 박해수에게 어울릴 표현이다.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 생활’로 주목받았다. 36세 때였다. 첫 주연 영화 ‘양자물리학’(2019)이 개봉했고, ‘사냥의 시간’(2020) 공개가 이어졌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인이 알아볼 배우가 됐다. 지난 8일 새 영화 ‘야차’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서 동시 공개되며 눈길을 다시 끌었다. 15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박해수를 만났다.
‘야차’는 첩보액션물이다. 스파이 천국 중국 선양을 배경으로 국가정보원 요원 등이 일본 비밀집단의 음모를 분쇄하는 과정을 그렸다. 박해수는 엘리트 검사 한지훈을 연기했다. 재벌 회장의 범죄를 수사하다 국가정보원으로 좌천된 인물이다. 감사를 위해 선양에 갔다가 위험한 작전에 휘말린다. 국정원 비밀요원 지강인(설경구)과 협력해 국가를 위한 일을 하게 된다.
지훈은 단점이나 흠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이나 안위보다 정의를 우선한다.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하고 몸싸움까지 잘한다. 하지만 고지식하다 보니 국정원 요원들과 대립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로 곤경에 빠진다. 박해수는 “좀 지나치다 싶게 빼어난 점도 그렇지만 어떻게 (정의에 대한) 신념이 그리 강할까 궁금증이 있었다”며 “원리원칙으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검사를 어떻게 표현할까 (나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지훈이 지나치게 고리타분한 캐릭터가 되지 않도록 (선양에서) 겪어야 하는 일들을 처절하게 보여주자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박해수는 넷플릭스 콘텐츠로 잇달아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가 냉혈한 킬러 한을 연기한 ‘사냥의 시간’은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로 직행해 화제와 논란을 낳았던 영화다. ‘오징어 게임’에는 비교할 수 없으나 ‘야차’는 꽤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 45개국 인기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해수는 ‘넷플릭스 직원’”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만도 한 상황이다. 박해수는 “세 작품 모두 감독님과 작가님이 제게 손 내밀어줘서 하게 됐다”며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제가 계획했던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배우조합(SAG)상 최고상인 앙상블상 후보에 올랐다. 2월 시상식에 동료 배우 이정재 정호연 등과 참석해 여러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수상은 불발됐으나 할리우드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둘 만도 하다. 하지만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 외에는 제 인생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해외 작품 출연 제안이 분명 있을 수 있으나 여기(한국)에서 진짜 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게 제 목표”라고 했다. “지금이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님, 최고의 작가님들이 좋은 작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때”라는 이유에서다.
박해수는 투수 연기를 했던 출세작 ‘슬기로운 감방 생활’부터 몸을 많이 쓰는 역할을 맡아 오고 있다. 그는 “연극배우로 무대에 오를 때부터 신체적으로 접근하는 연기가 좀 편하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출연작 결정에 분명히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액션 연기를 하려면 몸을 단련해야 하고, 배우로서 수련이 많이 되니 좋다”고도 말했다. 몸을 만들며 작품 준비를 하는 걸 선호하니 “겹치기 촬영은 힘들다”고 했다. “몸놀림이 들어간 연기는 언제나 좋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몸을 쓰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아주 정적이고 편한 내용 속 인물을 연기하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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