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에 데뷔한 조아연(22)은 시즌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단번에 우승을 거머쥐며 스타덤에 올랐다.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까지 우승을 차지한 조아연은 국가대표 출신 동갑내기인 임희정(22)과 박현경(22)을 제치고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때만 해도 조아연이 KLPGA의 주축 선수가 될 것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2020년과 지난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며 부진했다.
그는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다. 2019시즌 조아연의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45.2야드로 전체 18위였지만 지난해는 235.4야드로 60위까지 떨어졌다. 드라이버 거리가 줄면서 아이언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같은 기간 5위(77.2%)였던 그린적중률은 60위(70.4%)로 곤두박질쳤다.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극히 드물었다. 결국 조아연은 상금순위가 2020년 35위, 지난해 36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무관중 경기에서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던 조아연의 날카로운 샷 감이 갤러리와 함께 돌아왔다.
조아연은 15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2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8언더파 136타를 친 조아연은 단독 4위로 오랜만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후 조아연은 “샷도, 퍼트도 나쁘지 않아 버디가 많이 나왔는데 17번홀, 18번홀을 조금 아쉽게 끝냈다. 완벽하다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여전히 경기력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겨울 전지 훈련 동안 입스로 고생했던 드라이버샷감 찾기에 집중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티박스에만 들어가면 손이 떨리면서 티박스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했다”고 떠올린 조아연은 “이젠 드라이버에 자신감이 좀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아연은 8년 전부터 사용했던 역그립 퍼트 방식을 포기하고 정그립 방식으로 바꿔 잡았다. 하지만 이 변화는 시즌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2라운드 만에 실패했다. 조아연은 “이러다가 퍼트 입스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됐다. 정말 지옥을 갔다 온 기분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시 역그립으로 돌아온 효과는 이번 대회에서 톡톡히 나오고 있다. 조아연은 1라운드에 버디 5개, 2라운드에 버디 7개를 잡아냈다.
조아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과 지난해 유독 갤러리의 부재를 크게 느낀 선수다. 그는 “옆에서 환호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2년 동안 혼자 플레이하다 보니 잘 안 풀리면 계속 기가 죽었다”면서 “팬들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는데 (다시 입장이 허용되니) 너무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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