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인상에…오히려 구매심리 자극
코로나19 이후 명품 상승세 '주춤' 전망도
명품 3대장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명품 브랜드가 한 해 동안 수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극대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에루샤의 국내 총매출은 3조2,1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 중인 루이비통코리아는 매출 1조4,681억 원과 영업이익 3,01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0.2%와 98.7%씩 늘어난 규모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2,238억 원, 영업이익은 2,4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6%, 66.9%씩 증가했다. 명품 중에서도 최고가인 에르메스는 지난해 매출 5,275억 원에, 영업이익은 1,705억 원을 가져갔다. 이는 전년 대비 25.9%와 27.8%씩 늘어난 수치다.
'실적 잔치'를 벌인 곳은 에루샤뿐만이 아니다. 에루샤 못지않게 인기가 많은 크리스챤디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6.9% 오른 6,139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의 매출을 넘어선 실적이다. 혼수품으로 인기가 높은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7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 늘었다.
이처럼 고가의 외산 브랜드의 호실적 배경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파생된 보복소비 영향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분위기가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명품 구매가 급증한 모양새다.
업계에선 지난해 수차례 가방 가격 인상으로 자극한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구매 심리 자극 전략이 주효했단 시각도 내놓고 있다.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인상 주기가 빨라져 인상 전 가격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루이비통은 지난해 5차례, 샤넬은 4차례나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다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머지않아 명품의 매출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한다. 구매 증가 탓에 희소성이 감소하면서 개장과 동시에 매장으로 들어서는 '오픈런'과 재판매(리셀) 현상으로 브랜드 가치도 하락, 갈수록 구매 열기는 식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해외여행이 풀리고 야외 활동과 회식이 증가하면 명품으로만 몰렸던 소비가 다른 품목으로 분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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