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예정된 일반분양도 미뤄질 듯
사태 장기화되면 양측 모두 손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진행해온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이날 0시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켰다. 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공사장 곳곳에 내걸며 공사장 전체에 대한 전면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재건축 사업이다. 재건축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데다 현재까지 공정률도 52%에 달한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던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절반 이상 진행된 대단지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앞서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는 5,600억 원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었는데, 새 조합 집행부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공사비 증액 계약을 주도한 조합장이 해임된 만큼 이전 조합과 맺은 계약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현 조합의 주장이다.
하지만 시공단은 현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공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20년 2월 15일 착공 이후 약 1조7,000억 원의 외상 공사를 진행해왔고, 공사비와는 별개로 시공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로 조합 사업비 대출 약 7,000억 원을 조달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합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공사 도급 변경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는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조합의 입장도 강경하다. 조합은 지난 13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시공단의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계속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는데, 16일엔 문제의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조합은 '계약 해지' 초강수 카드까지 들고 나왔지만 실제 계약을 해지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걸로 보인다. 당장 조합은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비 대출액(7,000억 원)을 해결해야 한다. 1조2,800억 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 연장 문제도 조합이 떠안게 된다. 결국 이를 해결하려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워낙 대규모 사업장이다 보니 조합이 새로 공사를 맡을 시공단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올 상반기 예정된 4,786가구 규모의 일반분양 계획도 기약없이 미뤄질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양보 없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공사중단 장기화는 조합원이나 시공단 모두에게 손해인 만큼, 정치권 등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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