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섬, 무역특구서 美 견제 전초기지 가속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남단 섬인 하이난을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대미(對美) 견제 전초기지로 띄우고 있다. 꼭 1년 전 방문 당시 최첨단 해군 전력을 과시하며 남중국해 패권 의지를 과시했다면, 올해는 '종자 연구소' 등을 방문해 미래 식량기지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신화통신은 14일 "시 주석이 나흘(10~13일)간 하이난성을 시찰했다"며 "하이난성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위한 새로운 통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방문 기간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 코로나19와 경제개발 간 조화, 안보와 경제발전 간 균형 등을 주문했다면서 "하이난이 미래 개혁·개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은 2018년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을 전격 발표하고 섬 전체에 무관세를 적용했다. 전 세계 자본과 상품이 자유롭게 오가는 거대 무역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 주석의 하이난 구상은 '홍콩을 뛰어넘는 국제 상업 도시화' 정도로 여겨졌다.
반면 최근 시 주석의 하이난 행보는 단순한 거대 무역지대를 넘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2일 양푸경제개발구를 방문한 시 주석은 중국 서부의 새로운 육·해로 건설과 '일대일로' 실현을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양푸경제개발구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동·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지리적 이점 덕에 석유 등 천연자원 저장 기지로 주목되는 곳이다. 하이난을 이미 해상 실크로드 구현 과정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하이난 섬을 식량안보 기지로 육성하고 있는 점도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10일 싼야시에 위치한 야저우완 종자실험실을 방문한 시 주석은 "종자가 식량 안보의 관건"이라며 "자립적인 종자를 단단히 쥐고 있어야 중국인의 밥그릇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새로 설립된 하이난 섬의 종자 실험실이 중국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해 식량안보 위기론이 커지자, 전격적으로 이곳을 공개해 하이난의 전략적 가치를 띄우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4월 하이난 섬 내 '싼야 해군기지'를 찾았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시 주석은 전략탄도미사일 잠수함 '창정18호'와 대형 구축함인 '다롄함', 상륙함인 '하이난함' 취역식에 직접 참석했다. 군함 3척을 동시에 취역시키기는 이례적으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내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실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매체들은 당시 워싱턴까지 타격 가능한 최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의 사일로(격납고) 위에 서 있는 시 주석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시 주석이 이번 하이난 방문에서 싼야 해군기지를 따로 방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단, 중국 관영글로벌타임스는 14일 시 주석의 하이난 시찰 소식을 전하며 "일부 국가가 중국에 도발하고 있는 배경에서 하이난은 중국의 해양 안보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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