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공석에도 만장일치 연 1.5%로 인상
"5월 연속인상 등 상반기 긴축 속도" 전망
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총재 없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거란 전망을 뒤집고, 한은은 금통위원 6인 전원 만장일치로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올렸다.
전방위적으로 확대 중인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한은은 밝혔다. 이르면 오는 5월부터 미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까지 예고된 만큼, 한은이 올 상반기 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는 등 긴축 속도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물가, 연준 긴축까지... 물러설 곳 없던 금통위
이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건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물가 상승 압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지난 3월 말 이주열 전 총재 퇴임으로 사상 초유의 '총재 없는' 금통위가 열린 가운데, 이날 금통위원 6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대를 웃도는 등 물가 상방 리스크가 확대된 만큼, 현재로선 물가를 억제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은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약해진 점도 이날 인상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르면 오는 5월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비롯해 공격적인 돈 줄 조이기를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0.75%포인트까지 좁혀졌던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이날 다시 1%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에 속도가 붙을 경우 금리는 머지않아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고금리를 쫓는 해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선 한미 간 적정 수준의 금리 격차가 유지될 필요가 있단 지적이 높다.
다만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2005년과 2018년 이후에도 역전 현상이 나타났지만 채권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됐다"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조만간 추가 인상 가능성...올해 금리 2.25%까지 가나
시장에선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인플레이션에 쫓기는 주요국들의 긴축 대응을 고려할 때, 한은이 조만간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창용 총재 후보자가 최근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낸 점도, 한은의 긴축 속도전을 전망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음 달 미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은 역시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 연준의 긴축행보가 계속된다면, 7월과 8월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우 기준금리는 2%를 상회하게 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 높은 물가에 추가 대응하는 정책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며 "오는 5월과 7월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이 집중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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