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제노바 '기억의 뇌과학'·
첫 번째 키스는 생생히 기억하면서 왜 다섯 번째 키스는 기억하지 못할까.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는 무려 30억 원에 이르는 귀한 첼로를 왜 택시 트렁크에 놓고 내렸을까. 기억력에 문제가 있어서? 아니다. 두뇌가 기억을 특정 부위에 일률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기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고 저장하기 때문이다.
영화 ‘스틸 앨리스’의 동명 원작소설 작가이자 미국 하버드대 신경학 박사인 저자는, 기억이란 우리가 의미 있게 여긴 것을 강화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일상적인 망각은 두려워할 질병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면서, 기억이 왜곡되고 망각될 때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한다.
‘기억의 뇌과학’은 뇌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쓴 책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과 망각하는 것의 총합이 기억이라는 저자의 정의에 따라 다양한 신경과학 연구, 실제 사례를 통해 주의집중·감정·수면·맥락·스트레스 등과 기억의 관계를 파헤치고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팁도 알려준다.
인간의 기억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불완전하다. 저자는 우리가 망각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기억과 망각은 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자기 서사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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