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모든 인종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아" 비판
"아프리카·중동국, 우크라 받는 관심 일부도 못 받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갖는 관심에 비하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부족하다며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것은 맞지만, 에티오피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우크라이나가 받는 관심의 극히 일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세상이 흑인과 백인에게 동등한 양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솔직히 전 세계가 모든 인종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서방 정부와 언론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종차별적 시각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현재 25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인 폴란드는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추방하고 망명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12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CBS방송의 찰리 다가타 특파원, 프랑스 BFM TV의 율리시스 고셋 앵커 등은 우크라이나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과 비교하며 “여긴 유럽에 가깝고 비교적 문명화된 곳”, “여기에서의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특히 자신의 고향인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내전을 사례로 들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에티오피아에선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중앙정부와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간 내전으로 약 50만 명이 사망하고 200만 명이 피란을 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달 휴전을 선언한 티그라이 지역엔 트럭 2,000여 대 분량의 필수품이 조달돼야 했지만 현재까진 20여 대만 도착했다.
TPLF가 에티오피아 집권 연정을 지배했던 전 정권 당시 외무·보건장관을 맡았던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2017년 WHO 사무총장에 취임한 후 여러 번 에티오피아 내전에 대한 국제 지원을 촉구해왔다. 올해 1월 그가 “에티오피아 정부가 티그라이 반군을 고사시키기 위해 식량과 의료품 등의 반·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고 밝히자, 에티오피아 정부는 “TPLF 일원인 거브러여수스가 자신의 국제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비난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