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지 5년 3개월 만에 대법 선고
국정농단 사건 중 '블랙리스트'만 남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6)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70)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람은 '국정농단 사건' 일환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7년 1월 기소된 지 5년 3개월 만에 형을 확정받게 됐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내도록 복지부 공무원들을 통해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하지 않고,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심의해 찬성 의견으로 안건을 가결했다.
홍 전 본부장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조작하고 투자위원회 위원들의 합병 찬성을 유도해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를 받았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최소 1,388억 원의 손해를 예상하고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1심은 두 사람을 유죄로 판단하고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으며, 2심 판단도 같았다. 2017년 11월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구속 기한 내 선고가 어려워지자 2018년 구속을 취소했다.
이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소송과도 관련이 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엘리엇은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산정을 문제 삼아 합병 반대를 주도했다. 엘리엇은 2018년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ISD에 중재를 신청했다. 엘리엇은 7억7,000만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판결로 국정농단 사건 중에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파기환송심만 남겨두게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