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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와 똥휴지

입력
2022.04.1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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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2일 '9~24세 저소득 여성 24만 명에게 생리용품 준다' 기사에 달린 댓글. 다음캡처

12일 '9~24세 저소득 여성 24만 명에게 생리용품 준다' 기사에 달린 댓글. 다음캡처


"남자는 면도기 안 줌???" "칫솔 치약 비누 똥휴지는 안 줌?"

지난 12일 한 기사에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저소득 가정 여성청소년을 위한 여성가족부의 생리대 지원 연령을 기존 만 11~18세에서 만 9~24세로 확대한다는 기사였다. 2016년 저소득 청소년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과 휴지를 쓴다는 이른바 '깔창 생리대'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생리용품 지원 제도를 구축했고, 지원금과 대상을 넓혀 가는 중이다.

월경 여부를 선택할 수도 없고 기초생활수급자나 법정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여성 아이들에게 필요한 생리대를 '똥휴지'와 등가교환하는 억지를 논리적으로 비판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댓글 창에 건설적 공론장 기능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나? 감정 배설구가 된 이곳에는 혐오와 증오 섞인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고, 나와 다른 성(性)은 쉽게 적대화된다.

지금이 이런 시대다. 안 그래도 나눠먹기 부족한 파이를 두고 싸워야 하는 적군을 성별로 구분하는. 젠더가 이유가 되는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 차원의 성평등 추진 체계를 설계해야 하는 여가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적당히' 발맞춰 문 닫고 나갈 정도의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말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그런 자리에 후보로 지목된 자가 김현숙 당선인 정책특보다. "젠더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풀어 나갈 수 있는 부처"로 만들겠다는 소감을 보며 그의 마음가짐이 궁금했다.

사명과 책임에 대한 기대는 그의 칼럼을 본 뒤 걱정으로 바뀌었다. 작년 4월 16일 조선일보에 '남녀 편 가르기를 양념으로 추가한 文정부'란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예산 지출이 남성과 여성 삶의 차이와 특성을 반영하여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도록 분배한다는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고 썼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이 성평등 관점에 맞게 쓰이는지 점검하는 분류 기준이지 국방 예산처럼 별도 책정하거나 편성하는 돈이 아니라는 반박은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비슷한 주장을 했을 때부터 주야장천 나왔다. 제도 이해 부족은 둘째치고 여가부가 성인지 예산으로 국방부 예산과 비슷한 돈을 쓴다는 남초 커뮤니티발 '가짜뉴스'와 같은 의견을 가졌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같은 칼럼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한정하여 남성 피해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했다"고도 했다. 20대 남성을 차별 피해자로 만든 문재인 정부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안입법 과정에서 남성 피해자를 포함시키려 한 건 여가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축소한 건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남성 의원들이란 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요즘 김 후보자는 종로구 수송동 한 빌딩으로 출근해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가 된 칼럼에 대한 방어논리도 한창 세우고 있을 테다. 그를 잘 아는 한 공무원은 "원하는 게 생기면 인정사정없이 휘몰아치며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젠더갈등 조장과 남녀 갈라치기에 편승하는 주장을 왜 펼쳤는지, 여가부 장관으로서 뭘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확실한 성격답게 청문회에서 제대로 답해 주길 바란다. 그의 마음가짐이 몹시 궁금하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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