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시청서 소란 피운 민원인 강제 퇴거
1·2심 "직무에 해당 안 해" 공무집행방해죄 무죄
대법 "직무에 수반된 행위" 유죄 취지 파기환송
관공서에서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을 쫓아내는 것도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의 상고심에서 공무집행방해죄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8월 경남 통영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서 술에 취한 채 휴대폰 음악 소리를 높이며 소란을 피우다가 이를 제지하려던 공무원 2명을 욕설과 함께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은 A씨가 공무원들이 자신을 이동시키려고 하자 멱살을 잡거나 휴대폰으로 뺨을 때린 것으로 보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피해 공무원들이 주민생활복지과 소속으로 A씨를 제지하는 것은 '직무상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민원 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민원인을 퇴거시키는 것을 직무 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폭행 혐의를 추가(예비적 공소사실)했다. 항소심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폭행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퇴거조치는) 민원 담당 공무원의 직무에 수반되는 행위"라며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은 법에 명시된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공서에서 음주 소란으로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무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했더라도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취지대로 판단하면 A씨는 좀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게 된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어 단순폭행죄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형량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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