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가 연이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목극의 부재를 메꿀 신작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가 이달 편성됐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다. SBS '사내맞선'과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JTBC '기상청 사람들'이 기분 좋은 성적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KBS 드라마들은 조용한 분위기다.
최근 방송 중인 KBS2 월화극인 '크레이지 러브'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1회 3.4%로 시작했다가 2%의 늪에 빠졌다. 최근 방송분은 4%로 소폭 상승했다. 경쟁작이었던 SBS '사내맞선'이 종영하면서 '크레이지 러브'가 시청률 수혜를 입은 것이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tvN '군검사 도베르만'이 5%로 출발, 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저조한 성적표다.
그나마 KBS 자존심을 추켜세워주는 건 주말극이다. '태종 이방원'과 '현재는 아름다워'가 10~20%대의 성적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거듭 편성 변경, 고정 시청자층 위협도
업계 관계자들에게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편성이다. 지난 2020년 '포레스트'로 수목극을 채웠고 '학교 2021'로 이어가려 했지만 공백기가 생기면서 시청자들의 대거 이탈이 이어졌다. 이는 결국 새 수목극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이다.
특히 봄 개편을 맞아 KBS 측은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를 기존 오후 9시 30분 편성에서 20분 미뤄진 9시 50분에 편성했다. 이와 관련 KBS 측은 "드라마 시작 시간이 20분 늦춰짐에 따라 시청자들은 좀 더 여유롭게 작품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보다 다양한 타깃으로 시청층이 확대될 것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대감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선택해서 보는 OTT 시대에서 편성으로 시청자층 확대를 노리겠다는 전략이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에서 KBS는 금요일에 시청자층이 굳건한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내세웠다. 반면 금토극을 선택한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와 MBC '내일'은 나란히 시청률 파이를 키워가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KBS는 드라마가 아닌 예능으로 황금 프레임 시간을 채우면서 드라마국의 악순환을 자아내는 중이다.
청춘→장르물, 신선함 꾀했지만 성적은 '글쎄'
KBS 드라마국은 이러한 부진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포섭했다. 지난해 '학교 2021'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 청춘물을 안방극장에 내세웠고 '경찰수업'과 '달리와 감자탕' 등 신선한 소재를 담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의 작품들 모두 한 자릿수의 시청률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이는 비단 KBS 만의 문제는 아니다. MBC의 경우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큰 성과를 거뒀지만 대작 '검은 태양'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유일하게 SBS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내맞선' 등으로 웃음을 이어가는 중이다. OTT의 파동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웰메이드 작품은 반드시 두각을 드러낸다.
앞서 '연모'와 '꽃 피면 달 생각하고'로 그나마 웃을 수 있었던 KBS는 다시 한번 사극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신작 '붉은 단심'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드라마들이 상반기 내에 부진이라는 딱지를 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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