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헌 안동의료원 진료처장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사투
"동료 의료진·직원 사명감에
환자·지역민 응원 덕분에 버텨"
"격리병동에 들어갈 때 입는 레벨D 보호복이 무거웠지만 사투를 벌이는 환자분들의 우울감과 불안한 마음으로 꽉찬 병동의 분위기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구태헌(52)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진두지휘하면서 "응원해 주신 지역민들이 있었기에 견딜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경북으로 덮치기 시작한 2020년 2월20일 경북도립 안동의료원에도 첫 환자가 입원했다.
안동의료원에는 지금까지 총 3,968명이 입원했으며, 전원 140명, 사망 103명, 예방접종 1만3,852명, 선별진료소 2,561명, 재택치료 3만7,789명 등을 관리했다. 환자 중 최고령은 106세, 최연소는 6세이다.
구 처장은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20일 이후 며칠 만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우리 의료원은 최일선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해 싸워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끝날 것처럼 끝나지 않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쉼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사스, 메르스를 거치면서 민간병원이 보유하지 않은 감염병 대응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 처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해 왔던 동료 의료진과 직원들이 함께 했고 환자들의 협조, 지역민의 응원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 처장은 "엄마와 함께 확진돼 입원한 여자아이, 학교생활 중 확진돼 병원 입원 중에도 온라인 수업을 듣던 대견한 아이들을 보면서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긍정적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를 보면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진료를 하면서 매번 가장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은 역시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이었다. 구 처장은 "환자가 상급병실에서 집중적 치료가 필요한데 병실 부족으로 전원 대기 중에 사망하는 경우와 고령에 만성질환까지 있어 보호자가 조기에 치료를 포기하고 사망한 경우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 "코로나19 확진으로 사망한 경우 제대로 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모니터를 보면서 헤어짐을 슬퍼하고 울부짖던 호보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안동의료원은 코로나19 초기 전국에서 확진자들이 몰려들었다.
구 처장은 "안동을 중심으로 의성 청송 영양 군위 예천은 물론 멀리는 전북 전주, 강원 태백 등 전국에서 병상 부족으로 안동의료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우리 병원을 찾아주시는 일반 환자들에게는 한동안 정상적인 진료를 하지 못해 장기간 불편을 드려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고령의 환자들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회복이 더딘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파이팅 외치기'였다.
구 처장은 "환자들의 지친 마음을 잠시라도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생각에 두꺼운 N95 마스크가 뚫어지도록 큰 소리로 '어무이, 아부지 파이팅! 힘내세요' 외치면 고령의 환자들도 웃음으로 따라 외치기도 했다"고 한다. 무거운 회진 분위기가 잠시라도 바뀔 때면 자신이 더 큰 위로를 받는다.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파이팅 구호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구태헌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은 "누군가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보는 것이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고 내 삶의 소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의사의 소명의식을 다시한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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